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대통령의 '중대한 결심'에 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건 모두 3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복귀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이 인용돼 대통령 지위를 박탈당했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이 빠르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증거 채택과 기일 지정 등 헌재의 탄핵 심판 운영 방식에 날 선 반응을 보이면서 양측이 계속 갈등을 빚었는데요.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라도 더 늦추려고 애씁니다. 이에 따라 헌재에 "윤 대통령의 형사 재판 첫 공판준비기일이 20일 오전이므로, 같은 날 오후 2시 헌재 탄핵 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 기일을 변경해 달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증인으로 신청한다. 증인신문을 위해 추가 변론기일을 열어 달라" 이렇게 요구했습니다. 이어 헌재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을 종결하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다"고 압박했죠.
이후 윤 대통령 측이 거론한 중대한 결심이 무엇인지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하야설'을 제기했는데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하야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죠. 그러면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석동현 변호사는 "변호인단 총사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대한 결심이라는 카드를 꺼낸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2017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도 대리인단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심리가 끝나기 전 물러나면서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2017년 3월 13일 전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아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대리인단 총사퇴를 저울질했는데, 이를 두고 심리를 중단시키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에 국회 측은 헌재에 '대리인단이 없어도 심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내면서 저지에 나섰죠.
변호인단이 총사퇴하면 재판 속도를 늦출 수 있긴 할까요. 헌재법 25조 3항은 '심판 당사자 사인(私人)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심판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심판이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있는데요. 윤 대통령은 대한변호사협회에도 '휴업 변호사'로 등록된 법조인이어서 예외 조항 적용을 받습니다. 또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 기관'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어서 대리인단이 사퇴해도 재판이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죠. 이런 이유에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도 총사퇴를 거론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헌재는 한발 물러서 20일 오후 2시에 열리는 탄핵 심판을 1시간 늦춰 오후 3시에 시작했고요.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들을 채택하고 추가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이 중대한 결심을 언급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헌재가 선고 이후 있을 '후폭풍' 최소화하려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