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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노란봉투법'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노란봉투법'이 뭔지 설명해볼까 합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중도 보수'를 자처하며 강제·안보 정책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하면서 당론으로 제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대표는 "자꾸 우클릭을 한다고 하는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죠.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표 민주당의 대표적 ‘반기업 악법’을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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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의 진짜 이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입니다.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은 법원이 2014년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한 시민이 언론사 편집국에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낸 것에서 유래됐는데요. 이후 사연이 알려지며 4만7000원을 넣은 봉투를 보내는 시민이 늘어나 모금 시작 16일 만에 1차 목표액인 4억7000만 원을 채웠고, 111일 만에 최종 목표액인 47억 원을 모을 수 있었죠.


이 캠페인이 바로 노란봉투법의 시초인데요. 캠페인은 한 단계 더 진화해 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번번이 무산됐죠. 그러던 2022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임금 정상화를 요구하며 51일간 파업한 것이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선박 건조장인 독을 점거하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하청노동자들은 지난 19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화오션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470억 원가량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노란봉투법이 또다시 주목받게 됩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했더라도 노조에서의 위치와 파업 참여 정도에 따라 책임을 다르게 지도록 하고 ▷불법이라고 정한 파업을 줄이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등의 내용을 담아 입법 절차를 밟았습니다. 2023년 11월과 지난해 8월 야당 주도로 국회 통과까지는 성공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입법에는 실패했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2차례 폐기된 노란봉투법을 이번에 다시 입법 트랙에 올렸습니다. 민주당 박홍배 의원과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지난 25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해 노사 대화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을 줄일 수 있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에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양대 노총을 찾아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요.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조기 대선과 무관하게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할 법안"이라고 했죠.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사용자 정의에 '직접 계약 관계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해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확대했고요. 노동쟁위 범위를 임금, 근로 시간, 복지, 해고 등 '근로 조건의 결정'에서 '근로 조건'으로 넓혀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기 위해 쟁의를 벌이는 경우도 합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은 기존보다 구체화됐죠.


여당은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는데요.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불법 파업 조장법' '기업 발목 잡기법'인 노란봉투법 발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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