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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쪼개진 나라

by 연산동 이자까야

"상식적으로 계엄이 옳은 일은 아니잖아요.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런데도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라를 생각하는 게 맞나 싶어요."


"분위기에 휩쓸려서 탄핵에 찬성하는 거 아닌가 싶고요. 뭘 모르면 아예 투표 참여 자체를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본인 생각 없이 휘둘리는 애들이 투표해서 나라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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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서 만난 A 씨와 B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탄핵·체포·구속 정국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들려줬습니다. 극명하게 나뉜 정치 성향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고 있었는데요. 상대방을 '국가에 도움이 안 되는 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헌재에 접수한 지 73일 만이었죠. 헌재는 총 11회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갔습니다. 재판관들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관한 의견을 모으고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인데요.


헌재는 곧 '대통령 파면'이나 '탄핵소추 기각' 중 하나의 결정을 선고합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불러온 탄핵 정국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윤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국론 분열' '진영 간 대립'이라는 상흔을 남겨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갈등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라는 둘로 쪼개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반국가 세력'과 '애국 시민'으로 구분했고요. 여야는 상대 진영을 향해 비방 수위를 높이며 진보와 보수 세력의 이분화를 심화시켰습니다. 거리에도 한쪽은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응원봉과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피켓을 든 시민이 차지했고, 다른 한쪽은 태극기·성조기와 함께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 피켓을 든 탄핵 반대 세력이 자리했죠.


대학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캠퍼스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며 갈등 양상을 보였죠. 서울대와 고려대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부산 등의 대학가에서도 줄줄이 탄핵 정국을 둘러싼 시국선언과 집회가 예고되며 학생 간 충돌 우려를 낳았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지난달 26일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재학생과 외부인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불붙은 정치 갈등은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헌재는 하나의 선택만 할 수 있고, 그 선택은 분명 누군가에겐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아 사회 전체가 분열·대립하는 후유증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가 이대로 선고를 내리면 이미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나라가 더 큰 갈등으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인용이든 기각이든 공정한 절차에 입각해 판결을 내려야 국민이 마음으로 승복하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번 탄핵 심판 과정은 불공정투성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며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저항이 폭발해 지금보다 더 큰 국가적 위기가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헌재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헌법재판관 의견이 만장일치가 아닌 찬반으로 갈리면 국론 분열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헌재가 만장일치 결정을 할 것으로 봅니다.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민은 분명 있을 겁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대한민국이 헌재의 결정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양분화됐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이고 납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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