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일까요, ‘인질’일까요.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에 돌입한 미국에서,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우리 시간으로 지난 4일 오전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 머리기사를 관심 두고 읽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입니다. 한국이 주요 사례로 언급됐는데요. 우선 그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파트너와 협상하는지, 무역 인질과 협상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역 상대국에 돈을 내거나 천문학적 관세를 맞으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기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을 언급하면서, 그가 협상 능력을 과시하며 무역 정책을 마치 리얼리티 쇼처럼 만들었다고 혹평합니다. 여기서 한국이 등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은 25% 관세에 직면했지만, 그들은 관세를 인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나는 그 제안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고 글을 썼고, 바로 다음 날 한국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약속했다는 겁니다.
NYT는 기사에서 보수 성향 카토(Cato)연구소 스콧 린시컴 부소장의 말을 인용해 “이건 의심할 여지 없이 전 세계적 강탈(global shakedown)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관세 정책을 이용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들에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협상 전략을 가르치는 대니얼 에임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와 사업가 시절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시절 ▷극도로 낮은 입찰가 ▷현란한 영업 전략 ▷약점을 이용해 영향력을 확보하는 능력으로 협상 상대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기사는 ‘악명’을 떨쳤다고도 소개했습니다.
에임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심에도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일본 EU 역시 공허한 투자 약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일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는 “한국 등이 트럼프의 허영심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기애에 도취한 사람(narcissist)과 협상할 땐, 그가 승리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평가합니다.
결국, 미국 통상 전문가들의 눈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은 이번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서 미국의 파트너라기보단 인질에 가깝습니다. 또 당장 위기를 벗어나려 ‘창의적 방법(creative ways)’으로 나르시시즘에 빠진 트럼프를 현혹했다고도 봅니다. 이번 사태로 혼란만 커지고, 양쪽 다 실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세계를 뒤흔든 트럼프발 상호관세가 우리 시간으로 7일 오후 1시1분 시행됩니다. 그동안 자유무역 체제를 지향해온 세계 통상 환경이 대혼돈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끝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에 이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 확실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강국이자 최대 시장인 미국을 뒷배로 언제까지 폭주를 이어갈지도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파트너로 대할까요, 인질로 여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