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처럼 '테러 협박'

by 연산동 이자까야

지난 7일 오후 2시30분께 부산 사하경찰서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하단수영장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였죠.


하지만 협박범이 말한 하단수영장이라는 곳은 부산에 없어 경찰은 사하구 하단동 인근 을숙도 서부산권 장애인스포츠센터에 초동 대응팀과 경찰특공대 등 40여 명을 배치해 건물 안과 밖을 수색했죠. 이 과정에서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던 100여 명이 대피했고요. 경찰은 2시간 동안 수색했으나 폭발물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허위 신고로 판단한 경찰은 신고자를 추적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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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폭탄 소동'


유동 인구가 많은 공연장 수영장 백화점 놀이공원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테러 협박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오후 12시36분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늘 신세계백화점 본점 절대로 가지 마라. 내가 어제 여기에 진짜로 폭약 1층에 설치했다. 오늘 오후 3시에 폭파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경찰은 백화점 이용객 4000여 명을 대피시키고 경찰특공대 등 인력 242명을 투입해 1시간30분가량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죠. 경찰 조사 결과 협박 글 작성자는 제주에 거주하는 중학생이었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 같은 날 밤 11시께 이 사건을 다룬 한 유튜브 영상에 "내일 신세계 오후 4시에 폭파한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곧바로 용인서부경찰서에 "유튜브에 신세계백화점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을 단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고요. 경찰은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과 용인 수지구 신세계 사우스시티점 등 전국 각지의 신세계백화점을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죠. 문제의 댓글을 작성한 20대 남성은 경남 하동군에서 검거됩니다.


백화점 테러 협박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8일 밤 10시38분께 국가인권위원회 상담센터로 "서울 소재 백화점 네 곳과 광주광역시 백화점 한 곳에 폭발물을 게시했다"는 내용의 팩스가 전송됩니다. 인권위는 11일 오전 9시35분께 팩스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고요. 경찰은 광주 동구 롯데백화점과 서구 신세계백화점에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처리반 등을 보내 2시간가량 수색했지만 역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8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님블 본사에 폭탄을 설치하겠다"는 협박 글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1시45분께 올림픽공원 내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으로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오후 4시43분부터 8시10분까지 폭파시킨다"는 팩스가 접수됐습니다.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은 팩스를 확인한 뒤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요. 아이돌 공연을 보러 온 관객 20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경찰특공대 57명과 소방관 70여 명이 약 1시간 동안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없었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께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서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지역공사 건물에 폭탄을 터뜨려 부수겠다"는 내용의 112 허위 신고를 했다가 출동한 경찰에 검거돼 즉결심판에 회부되기도 했고요. 12일 오전 4시27분께 경찰민원콜센터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에 뭐라도 가져가서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죠.


13일 오전 10시48분께 대전출입국관리소에 "에버랜드에 플라스틱 폭약을 사용한 살상력 높은 폭탄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팩스가 들어옵니다. 경찰특공대 등을 투입해 폭발물 설치 여부를 확인했지만 폭발물은 보이지 않았고요. 4시간 만에 현장 수색을 종료합니다.


"공중협박죄

실효성 한계 있다"


협박이 실제 테러로 이어지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입니다. 하지만 마치 유행처럼 번진 테러 협박으로 경찰력이 낭비되고, 시민 불편과 혼란이 야기됐죠. 협박 대상이 된 민간 시설은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러한 테러 협박은 수년 전부터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협박죄를 적용하기 어려웠고, 대부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했죠.
지난 3월 18일부터는 공중협박죄가 시행돼 협박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됐는데요. 2023년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연쇄적으로 퍼진 '살인 예고 글'을 처벌하기 위해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이 혐의로 검거된 48명 중 고작 4명만 구속됐고, 11명은 검찰에 송치조차 되지 않는 등 여전히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처벌 강화와 함께 공중협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법 조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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