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vs ‘씨’…호칭 논란

by 연산동 이자까야

'윤석열'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씨'. 이름은 하나인데, 호칭은 여러 개입니다.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칭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점은 사실이므로 '전 대통령'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과 예우를 박탈당했으므로 '씨'로 써야 한다는 반론이 대치했죠.


전직 대통령 전두환, 노태우 씨는 반란·내란죄와 뇌물수수 등으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이 확정됐습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됐고요. 언론은 자연스럽게 둘을 '전두환 씨' '노태우 씨'로 불렀습니다. 당시 국제신문 지면을 살펴볼까요.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방법원이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한 기사를 내보내면서 '全斗煥(전두환) 씨 사형 선고'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대문짝만하게 적힌 '전두환 씨'가 눈에 띄죠.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의 상고심 선고가 나왔을 때도 '全·盧 씨 원심대로 확정'이라는 제목을 썼습니다. 역시나 '전 대통령'이 아닌 '씨'라는 호칭을 붙였습니다.

21764_2942237_1755161197249501555.png

이는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 제7조 제2항 제2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아니한다'는 규정 영향입니다. 또 12·12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5·18민주화운동 학살 책임자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국민 정서도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후 둘의 호칭은 '전 씨'와 '노 씨'로 사실상 고정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함께 쓰이기 시작했는데요. 현재는 '전 대통령'과 '씨' 모두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우 예외 조항 적용을 받는 전직 대통령은 전 씨와 노 씨 외에 세 명이나 더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0년 횡령·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포함됩니다. 같은 법 제7조 제2항 제1호는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도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데요. 2017년 국정 농단 사건 등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 4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조항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세 명 모두 '전 대통령' 대신 '씨'라는 호칭을 붙여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대부분 언론은 '전 대통령'이라고 칭합니다.


물론 관련 법은 예우 예외 조항에 속할 때 호칭을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전 씨와 노 씨에 대해 '전 대통령' 칭호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과거 사례가 있는 만큼, 세 명의 전직 대통령 역시 '씨'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형을 받거나 탄핵으로 나라에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에게 '전 대통령' 호칭을 붙인다면, 결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격을 용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죠. 반면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점은 사실이기에 '전 대통령'이 가장 중립적 표현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편 대통령 배우자 호칭도 논쟁거리가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아내는 '여사'라고 부릅니다. 공식 직함은 아니지만, 대부분 언론이 이름 뒤에 여사를 붙이죠. 여사는 결혼한 여자,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로 일상에서는 중년 이상 여성에 대한 존칭으로 종종 쓰이는데요.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평칭(平稱)을 쓰는 것이 원칙인 언론에서 대통령 배우자를 존칭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16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는 김건희 여사를 왜 아직도 '여사'로 칭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공천 개입, 뇌물 수수, 이권 개입 등 혐의 '피의자' 신분인 김 여사 소식을 보도하면서 꼬박꼬박 '여사'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부조화로 느껴진다는 것. 대통령도 높여 부르지 않는 시대에 그의 배우자를 존칭하는 건 시대 흐름에 엇나간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기회에 여사 대신 '씨'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작가의 이전글장난처럼 '테러 협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