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참 좋은 전통과 문화가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나이들 많이 드신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이 문화는 나이를 많이 드신 분의 업적이나 삶의 결과와 관계없이 일단 나이가 많은 것 하나만으로도 공경하고 대우를 해 주려는 태도입니다. 이 태도가 좋은 이유는, 나이를 많이 드신 분은 외모로 어느 정도 짐작이 가지만 아직 그분의 인격이나 업적을 알지 못해도 공경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이를 드신 분이 훌륭한 업적과 인격까지 갖추었다면 존경심이 더 생기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나보다 더 드신 것 같다는 외모만으로도 공경하려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격적으로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려는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좋은 문화와 전통이 본래 의도되었던 것과 다르게 사용될 때 문제가 발생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이가 적은 사람에서 많은 사람으로 적용될 때는 노인 공경이라는 아름답고 좋은 문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것이 거꾸로 사용될 때, 즉 나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사용할 때 자칫 잘못 적용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거나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을 대할 때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업신여기며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제는 조선시대의 유교문화가 많이 퇴색한 21세기의 첨단 과학 기술 시대에 살아가는데 아직도 옛날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는데, 이런 분들은. 마치 나이를 많이 먹으면 모든 것도 다 잘하고, 다 알고, 다 옳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할당된 저녁을 2시간 먼저 먹었다고 2시간 후에 먹을 사람에게 아직도 못 먹었냐며 놀리거나 자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2시간만 있으면 그도 나와 똑같이 먹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다만 먼저 먹은 맛이 어떤지 분위기는 어떤지 내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도 궁금한 사람이 물어볼 때만 이야기하지, 묻지도 않았는데 이야기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젊은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똑같이 먹는 게 나이이며 그 누구도 예외가 없고 피해 갈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그 나이에 도달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하직할 수는 있지만 모두에게 나이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똑같이 열려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나이를 먹으며 격은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해 줄 수는 있지만 아직 먹지 않았다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것은 곤란합니다.
내가 이야기해 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들도 나와 같이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하고 나이를 먹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더 잘 되고 좋은 방법이 이거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명한 젊은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참고하여 덜 후회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 나이가 되면 우리와 똑같이 후회하고 아쉬워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단지 나이만 많이 먹었다고 존경하고 존경받는 시대는 저물어 가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젊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가려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잘 되라는 의미에서 충고도 하며 때로는 질책도 해야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다면 바로 젊은 사람들이 말하는 꼰대가 되고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명한 젊은 사람이라면 나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어 늙어 간다는 사실을 알고 어른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