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은 아주 작지만 우리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마주치기 싫은 곤충입니다. 한번 물리면 극심한 가려움으로 고통을 겪게 되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벼룩을 철저히 제거하려 합니다. 벼룩은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곳에 잘 서식하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청결을 유지하고 소독을 통해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속담에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벼룩 같은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다 오히려 큰 손해를 본다는 의미로, 어리석은 판단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속담은 단지 벼룩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회 전반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범죄자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임무를 맡은 검사의 권한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 주장에는 일면 타당한 이유도 있습니다. 일부 검사가 과잉 수사를 하거나 권한을 남용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사례가 있었고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조직 자체를 없애거나 그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벼룩을 없애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사법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강화하고, 그 안에서 잘못된 부분은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검사와 경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죄를 지은 사람을 수사하고 기소하여 법에 따라 처벌받도록 합니다. 변호사는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며 억울함이 없도록 돕습니다. 이 둘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며, 최종 판단은 사법부가 내리고 사법부가 잘못 판단한 경우를 대비하여 3심 제도를 적용합니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라면 검사나 경찰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수사 기관의 존재를 꺼리고, 그 권한이 축소되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에 현혹되기보다는, 사법기관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감시하고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억울하게 벌을 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잘못된 수사를 한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억울한 사람에게는 국가가 충분히 보상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범죄 수사 자체를 무력화해서는 더욱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범죄자들과 도둑들이 활개 치는, 정의가 실종된 무법천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은 벼룩 한 마리를 없애기 위해 우리가 살아갈 집을 태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벼룩이 서식할 수 없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초가삼간을 더 튼튼하고 안락한 집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검찰과 경찰이 정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범죄자가 더 이상 발을 디딜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를 더욱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