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운행되는 고속철도가 거의 없는 나라이다. 미국과 같이 큰 나라에 고속철도가 보편화되지 않았고 자동차와 비행기가 대중교통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가까운 편의점도 가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물론 사람이 많이 사는 대도시에는 버스와 지하철이 있어 자동차 없이도 사는 데 큰 불편이 없지만, 그 외의 중소도시나 시골 지역에는 대중교통이 충분히 지원되지 않아 자동차가 신발과 같을 정도로 필수품이다. 그래서 미국의 중소도시에서는 모든 움직임이 자동차로 이루어지며, 거의 모든 목적지가 ‘door to door’이다. 즉 집에서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갔다가 다시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자동차 중심의 생활이 일상이 되다 보니 중소 도시의 많은 패스트푸드점들은 자동차 안에서 주문이 가능한 드라이브 쓰루 판매를 제공한다. 대 도시의 복잡한 곳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하고 음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McDonald's, Burger King, Wendy's 같은 곳들은 대부분 드라이브 쓰루를 운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은행에서도 드라이브 쓰루 업무가 가능해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현금을 인출하거나 입금하고, 공과금을 낼 수도 있다.
미국인들이 드라이브 쓰루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차에서 내려 건물에 들어가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차장을 찾아 주차한 뒤 다시 걸어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이 드라이브쓰루는 너무나 편리한 환경이다. 물론 작은 에스프레소 판매점 같은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드라이브 쓰루 매장에서는 건물 안에서도 주문이나 업무 처리가 모두 가능하다.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범죄의 위험에 조금이라도 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서 나오다가 도난을 당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들려오기도 한다. 특히 총기 소유가 허락된 미국에서 드라이브 쓰루를 통해 차 안에서 은행 업무를 본다면 조금이나마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가장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드라이브 쓰루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늘 부담스러웠다. 스피커로 들려오는 영어를 정확히 알아듣기 어려웠고, 메뉴판도 충분히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가 바로 주문해야 하는데, 문제는 어떤 음식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가 메뉴를 보면서 주문하곤 했다.
미국 생활이 15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 드라이브 쓰루는 여전히 약간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특히 무엇을 먹을지 정하지 못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청력이 나빠진 요즘에는 가능하면 드라이브 쓰루 음식 주문은 아이들에게 맡기거나,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메뉴판을 보면서 직접 주문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드라이브 쓰루는 미국의 편리한 환경이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존재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