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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Mar 24. 2022

세상에 나'처럼' 잘 생긴 사람은 없다.

우리가 모두 특별한 이유

“네가 송중기보다 잘난 것 같아?”

중학교 1학년, 수업 시간에 받은 질문이다. 앞뒤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질문을 받은 건 확실히 기억난다.

“저... 저는 운동을 더 잘해요!”

몰랐다. 송중기가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라는 걸. ‘태양의 후예’*가 유행이었던 당시, 송중기는 신이고, 무적이었다. 그런 사람과 비교하여 내가 내세울 건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자신 있는 ‘운동’을 말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송중기가 더 운동을 잘한다고 말씀하셨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연예인들의 위상은 많이 올랐다. ‘딴따라’라 불리던 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연예인 관련 기사와 댓글을 보면 단순히 위상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신격화라고 느낄 정도이다. 인터넷에 연예인 관련 기사는 무수히 많다. 댓글에는 연예인 칭찬으로 수두룩하다. 본인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연예인이 18살이라고? 나는  나이 먹고 뭐하있는 거야.”, “엄청 예쁘다. 나는  이렇게 생겼지.”



중학교 2학년, 세계사 시간이었다. 고대 여신상을 배웠다. 풍만한 몸매. 어색하다. 지금의 미의 기준과는 다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오래전부터 미의 기준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시대별로 아름다움의 기준은 달라진다. 길게는 몇 백 년을 주기로, 짧게는 20년을 주기로. 심지어 같은 시대임에도 지역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르다. 아니, 사실 사람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이상형을 갖고 있지 않은가? 세계에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은 없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심지어 사람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은 달라진다.



“지구는 둥글다.” 이 말을 누구 했는지 아는가? 내가 했다. 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치여 사는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말한다.

“천천히 걸어가면 안 돼! 그럼 다른 친구들이 너희를 앞질러 갈 거야! 천천히 걷는 건, 사실 뒤로 가는 거라고!”

지구가 둥글다는 걸 모르고 하는 말이다. 누가 나를 앞질러가도 상관없다. 지구는 둥글고, 내 기준에서 내가 항상 앞이다. 그래서 비교는 의미가 없다.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문이 같을 확률은 1/87,000,000,000이라고 한다. 이 이유만으로 우리는 특별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문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지문이다.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송중기보다 잘난 것 같냐고?

그런 건 모르겠다. 다만, 나도 송중기도 특별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안다.






*'태양의 후예'는 2016년 KBS에서 방영된 수목드라마이다.

나에게 깨달음을 준 배우 송중기 씨에게 존중과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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