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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할머니

'부족함'을 위해 살아야 하는 이유

by 늘봄

시간이 흐른다. 흐른 시간은 추억이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대게 추억을 기록하려고 한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혹은 글로.


한 장, 두 장 몇 장 안 되는 공책을 넘긴다. 공책의 표지에는 대문짝만 하게 ‘일기장’이라고 쓰여 있다. 한 장씩 넘기는 공책은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한 장씩 넘기는 것과 같다. 한 장의 담긴 추억을 하나, 하나 회상한다. 일기는 한 가지 기능이 더 있는데, ‘구체적인 회상’이라는 기능이다. 누구나 카메라 하나쯤, 들고 다니는 시대에, 여전히 글이 남아있는 이유인 듯하다.


일기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어린 내가 귀엽기도 하고, 미성숙한 글이 부끄럽기도 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일기장 앞에서는 한 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들린다. 지금은 일기장에 쓰여진 생각과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성장’이란 걸 해버린 듯하다.


일기는 성장에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조건은 ‘부족함’이다. 부족함 없이는 성장도 없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일기, 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항상 완벽한 글만 쓰려고 했다. 글을 쓰다가도 어색하면 써왔던 글을 모두 지우고 처음부터 시작했다. 글을 수십 년 쓴 저명한 작가들도 수없이 피드백하고, 퇴고하는데 이제 막 글에 대해 눈을 뜬 어린 학생이 어떻게 완벽한 글을 쓰겠는가? 완벽한 글만 쓰려고 한 덕분에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지만, 완성한 글은 몇 개 없었다. 어린 나이에 쓴 일기 앞에서 나는, 한 없이 작아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실패를 위해서는 부족함이 있어야 한다. 부족함은 성공의 할머니 격인 셈이다. 이러한 부족함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완벽, 완벽, 완벽! 완벽해야 돼!” 세상이 말한다. “너는 완벽해?” 세상에게 묻는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잘못 이해한 사람들은 고정된 자연에서 생명체는 점점 더 완벽한 상태로 진화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찰스 다윈은 이렇게 말한다. “자연은 항상 변화하며, 생명체는 점점 더 완벽한 상태를 위해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연에 맞추어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무엇 하나 없다. 우리는 완벽함이 아닌, 부족함을 향해 살아간다.


팬을 내려놓는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성공의 할머니...” 글을 읽는다. 이 글의 부족함을 느낀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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