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각적인 맛과 문자적인 맛
1) 취미의 철학
18세기 유럽에서는 쾌락, 아름다움 등의 개념과 함께 예술에 대한 독특한 철학적 접근이 나타났다. 그런 철학적 접근은 “취미”(Taste: T)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다. 취미란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취미의 철학은 본래 미각적인 맛(gustatory taste)을 배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미각적인 맛이 어떻게 취미의 철학, 즉 미학을 발전시키게 되었는지 고찰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맛의 개념적 의미는 미각적인 맛(t)과, 문자적인 맛, 미학적 취미(T)로 구분될 수 있다. 소문자 t(taste)는 미각적인 맛을 대문자 T(Taste)는 미학적 취미를 의미한다.
2) 미각적인 맛
미각적인 맛(t)는 감각경험(맛을 봄)을 통해 어떤 대상의 맛(예: 사탕의 맛)을 “친숙하게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사탕의 맛은 달다”라는 것을 친숙하게 안다. 그런데 맛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쾌, 불쾌의 느낌으로 기록된다. 예를 들면, 사탕의 단맛은 쾌감으로, 한약의 쓴맛은 고통으로 기록된다. 이런 맛의 느낌은 직접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이다.
3) 문자적인 맛(literal taste)
문자적인 맛은 맛을 판단하고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맛이 있다”, “맛이 없다”,“맛이 달다”, “맛이 시다”와 같은 것이다. 17세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맛의 문자적 사용이 확산되었다.(1) 영어의 gusto는 어떤 것을 먹을 때 쾌락을 경험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프랑스어의 goût는 맛을 음미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어의 Geschmack은 어떤 것의 성질이나 풍미를 맛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개념들은 미적 성질(쾌와 불쾌, 아름다움과 추함)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개념들이다.
3) 미학적 취미 (Aesthetic Taste; T)
미각적인 맛은 은유(문자적인 맛)를 통해 미학적 취미가 된다.
미각적인 맛(t)→은유(문자적인 맛)→미학적 취미(T)
우리는 짜장면을 그 예로 들어볼 수 있다.
짜장면을 맛보는 것 → 짜장면의 맛을 표현 → 미학적 취미
(미각적인 맛) (문자적인 맛, 은유)
2. 미각적인 맛과 미학적 취미
1) 은유의 의미
“취미”는 미각적인 맛의 은유적 사용을 말한다. 여기서 “은유”(Metaphor)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통해서 보다 잘 이해될 수 있다. 플라톤은 동굴의 벽에 비친 그림자를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감각적 현상)로 비유했다. 그리고 동굴 밖의 물체와 태양빛을 참된 것들(실재 세계)로 비유하고 있다. 이와같이 은유는 비유적 표현법이다. 일반적으로 음식의 맛은 과학적이거나 직유적 표현보다 이런 은유적 표현을 통해서 전달된다.
2) 미각적인 맛의 은유적 사용
우리는 우리가 맛보는 음식들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식별할 수 있다. 우리는 커피의 단맛, 신맛, 쓴맛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런 미각적인 맛은 아름다움(맛있음, 쾌감)과 추함(맛없음, 불쾌감)으로 식별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맥주의 톡 쏘는 맛은 쾌감(맛있음, 아름다움)을 준다. 어린아이에게 한약의 쓴맛은 고통을 준다. 이런 은유적인 맛의 식별(맛있음, 쾌감, 맛없음, 고통, 아름다움, 추함 등)과 함께 “미학”이라는 개념이 나타났다.
3) 미학이라는 개념
바움가르텐(Alexander Baumgarten:1714~1762, 독일 미학의 창시자)은 지각된 것들(aestheta)과 인식된 것들(noeta)을 대비시켰다. “인식된 것들”은 지성적인 것, 논리적인 것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수학, 과학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지각된 것들”은 비지성적, 비논리적인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시(詩)적 은유는 특별한 표상들을 생생하게 표현하지만 비논리적인 것이다.(2) 여기서 aestheta(지각된 것들)이 Aesthetic(미학)으로 발전한다. “미학”(Aesthetic)은 바움가르텐이 만든 독일어 단어 'Ästhetica'를 번역한 것으로서, 예술, 아름다움, 그리고 미적 경험을 탐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가 된다.
3. 음식의 맛과 예술적 취미의 관계
1) 아베 뒤보(Abbe Dubos; 1670~1742, 프랑스 작가)
미적 취미는 이성(생각)보다 감정(느낌)에 근거한다. 다시 짜장면의 사례를 들어보자. 짜장면의 맛을 그 혼합물들의 비율(고기 1, 야채 2, 양념 ¼ 등)로, (수학적 또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짜장면의 맛은 그것을 먹어보는 것(감각), 느끼는 것(감정)을 통해서 알 수 있다.(3) 아베 뒤보는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고, 흥분하는 것과 음식의 맛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음식의 맛을 예술적 취미와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2) 백과전서파
조쿠르와 볼테르는 《백과전서》(Encyclopédie)*에 “맛”에 대한 논문을 기고하였다.(4) 거기에서 조쿠르(Schvalier de Jaucourt)는 “일반적으로 맛은 감각기관을 자극하면서 그 대상을 즐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라구나 스튜를 맛보는 것처럼 음악이나 그림을 맛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볼테르(Voltaire)는 “음식의 맛과 예술적 취미는 그 반응의 직접성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다.
*백과전서파: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와 달랑베르(d’Alembert, 1717~1783)는 18세기 계몽철학 사상을 집대성한 기념비적 저작 《백과전서》(Encyclopédie)를 편집.
[각주]
1. 캐롤린 코스마이어 지음, 권오상 옮김, 『음식철학』, 헬스레터, p.88.
2. 상게서,p.89.
3. 상게서,p.92.
4. 상게서,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