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에소프레소 철학], "음식예술" 12강)
예시(exemplification)는 음식의 맛의 특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그런 특징에 주목하고 평가하며 즐긴다. 예를 들면, 미식가들은 트러플(Truffle)이 갖고 있는 맛의 특징에 관심을 갖는다. 트러플의 맛은 삼키는 순간 목구멍을 막는 것 같은 매우 이질적이고 짙은 향을 풍긴다. 조금만 슬라이스해서 요리에 넣어도 향이 요리를 뒤덮는다.
[참고]
트러플(또는 트뤼프)는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최고로 치는 송이버섯과 비슷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버섯으로 송로(松露)버섯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프랑스의 3대 진미 중 하나로, 푸아그라나 달팽이보다 먼저 거론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나지 않아 전량 수입된다. 트러플은 매년 10월에 채취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주로 개나 돼지를 풀어서 트러플을 찾는다.
① 맛의 경험과 문화적 관습
음식은 서로 다른 맛들, 냄새들, 질감 등의 특징을 갖는다. 우리는 그런 특징들에 주의를 끌게 된다. 그런 맛의 특징들은 우리에게 식사의 풍미와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그런 특징들은 맛의 경험을 넘어서 문화적 관습으로 확장된다. 예를 들면, 오트밀(Oatmeal)은 아침에 먹는 식사라는 문화적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귀리라는 곡물이 전형적으로 하루 중 첫 번째 식사가 되는 문화 속에서 그런 의미를 갖게 되었다.
② 날것과 익힌 것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는 그의 저서 《신화학 1: 날것과 익힌 것》에서 사회에 널리 확산된 신화와 사회적 관습을 분석하였다. 그의 날것과 익힌 것은 브라질 원주민들의 관습을 연구한 것으로, 원주민들의 요리 습관을 날 것과 익힌 것의 대립으로 본다. 그는 날 것은 자연의 영역에, 익힌 것은 문화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구분 짓는다.(1)
③ 식사 습관과 사회적 관계
매리 더글라스(Mary Douglas)는 식사 습관은 사회적 관계와 계급에 의해서 패턴화된다고 보았다. “언제 누구와 함께 먹는가?”하는 것은 그들의 직업과 경제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다양한 문화에서 치킨 스프는 가정의 상비약으로 쓰인다. 치킨 스프는 “진정시키기”,“위안을 주기”와 같은 특징들을 표현한다. 그것은 치킨 스프가 가정에서 치료약으로 쓰인다는 것과,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런 음식의 특징은 가족과 같은 작은 집단에서 문화적으로 전파되고 자리를 잡게 되었다.(2)
단맛은 제의(祭儀, 제사나 의식)에서 번영, 행운을 표현한다. 유대인들은 새해가 되면 빵을 꿀에 담가 먹는다. 그것은 새해에 희망과 번영을 약속하는 표시가 된다.
소금은 적당한 맛을 내려고 할 때 쓰인다. 그런 소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몇 세기에 걸친 환대의 관습에서 형성되었다. 사막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베두인(Bedouin)족(아랍 민족)은 빵을 자르고 소금을 나누는 것이 “사람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표현하는 전통이 있다.(3)
《카포루시(Cap-o-rushes)》는 조셉 제이콥스(Joseph Jacobs:1854-1916, 영국에서 활동한 호주의 민속학자, 역사학자로 잉글랜드의 대표 민담인 “아기 돼지 삼형제”를 수집)가 영어로 출판한 동화책이다. 그것은 세 딸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하는 어느 부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첫 번째 딸은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빠를 사랑해요”라고 대답했다. 두 번째 딸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아빠가 더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세 번째 딸은 “나는 신선한 고기가 소금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빠를 사랑해요”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셋째 딸을 그 집에서 쫓아내고 말았다. 그 소녀는 호화로운 옷과 보석같이 빛나는 머리를 감추기 위해서 골풀(등심초)로 짠 망토와 모자로 변장했다. 그러다 그 소녀는 이웃에 있는 귀족의 집에서 부엌데기 하녀로 살아갔다. 얼마 후 그 영지의 아들이 그 소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소녀의 아버지는 비탄에 빠져 눈이 멀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소녀의 결혼 잔치에 초대되었다. 아버지가 올 것을 알게 된 신부는 식사를 준비할 때 소금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였다. 손님들은 소금 없는 음식에 실망하였다.
그런데 눈먼 아버지 카포루시는 신부 옆에 와서 앉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신부는 “무슨 일이죠?”라고 물었다. 카포루시는 흐느껴 울면서 말했다.
“나는 너무나 소중하게 사랑한 딸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딸에게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딸은 “신선한 고기가 소금을 사랑하는 것과 같이 아빠를 사랑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고, 그녀를 집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그녀가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야 나는 그 딸이 나를 최고로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4)
이 말을 하자 카포루시는 다시 눈을 뜨게 되었다. 그의 옆에는 누구보다 더 사랑하는 딸이 있었다. 셋째 딸은 고기와 소금을 언급함으로써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음식은 소금과 함께 할 때 더 맛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worms1000/223471800941(트러플)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02816 (신화학1)
https://xpressenglish.com/cap-o-rushes/(카포루시)
[각주]
1) Claude Lévi-Strauss, The Raw and the Cooked, trans. John and Doreen Weightman(New York: Harper&Row, 1969)
2) 캐롤린 코스마이어 지음, 권오상 옮김, 『음식철학』, 헬스레터, 2021, p.239.
3) 상게서, p.240.
4) 상게서, p.241-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