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떠난 자리에서 나를 다시 세우다
젖이 돌았다.
품어줄 아이는 이제 없는데 내 몸은 여전히
엄마라고 말하고 있었다.
가슴은 단단하게 부풀었고 열이 올랐으며
밤마다 시린 통증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수건을 대어도 젖은 흘렀고
손으로 눌러도 멈추지 않았다.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었고 눈을 뜨면
젖은 겨드랑이까지 단단하게 차올라 뭉쳐있었다.
식혜가 젖을 멈춘다기에 친정엄마는
한 통을 만들어 품에 안고 우리 집으로 왔다.
아이를 먼저 보낸 딸에게 해줄 수 있었던
엄마의 최선이 그 식혜 한 통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물을 먹으면 젖이 돌아 마실 수 없어서
수저로 건더기만 씹어 먹으며 젖을 말렸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 잠에서 깨어 보면
젖이 잔뜩 흘러 축축해진 옷,
끈적한 냄새가 가득한 방 안에서
멍하니 나는 그저 앉아 나를 내려다봤다.
산후라는 이름이 내게 다가온 현실일까.
아이도 없는 나는 도대체 무엇을 더
얼마나 회복해야 하는 걸까.
신랑은 조리원에 들어가자고 했다.
힘들어하는 나를 생각한 말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았지만 나는 갈 수 없었다.
‘아기가 없잖아’
‘아이도 없이 무슨 조리원을 가’
담담한 나의 말 앞에서 무너져 내린 건
아빠였던 한 사람이었다.
그도 상실의 자리에서,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제 몫의 아픔을 견디고 있었다.
그 시절을 지나온 지금에서야 나는 안다.
산후조리를 해야 했던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음을.
며칠이 지났을까.
친구들의 연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사치라 생각했던 사람이기에
겪어보지 않은 나의 마음을 지켜주려는
그들의 손길이 참 고마웠다.
문 앞에 조용히 두고 가던 음식들,
답장을 바라지 않고 보내던 안부 인사,
읽기만 해다라는 메시지들.
그런 마음들은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그저 나를 위해 흘려준 눈물과
나를 향한 모든 이들의 마음은
외롭고 아팠으며 공허했던
내 마음을 조리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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