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 후기 - 너라면 할 수 있어!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중년의 불안과 삶의 외로움과 싸우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작은 성공을 경험하기'였다. 내가 가장 최근에 이룬 또 다른 '작은 성공'에 대해 적어보겠다.
바로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을 치른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역사 시간을 꽤 좋아했다.
역사를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유추해 보는 것도 재밌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곧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재밌었다.
사실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2023년도였다.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유튜브를 우연히 보게 되어 홀린 듯이 책방에서 문제집을 2권이나 사 왔다.
집 정리를 하다가 2년 동안 방치되어 먼지만 쌓여있던 책을 보고 쉽게 생각하고 돈과 시간을 쓴 나에게 다시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싶어졌다.
공부를 시작하고 하루 만에 내가 느낀 점은 '재미'로만 보는 역사와 '암기'하여 정확한 답을 골라내는 역사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선생님 강의는 분명 재밌고 흥미로운데 역사 사료를 보기로 주고 당 시대의 모습을 고르라던지 순서대로 나열하라는 문제는 너무 어려웠다.
굳이 이걸 외워야 되나 싶은 부분은 꼭 기출문제에 나와있고, 백이면 백 다 틀렸다.
하지만 왠지 꼭 해내고 싶은 마음이 이번엔 들었다.
중년의 불안이라는 키워드가 내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은 더는 '성공 경험'이 없는 똑같은 일상에 안주하다 보니 내가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험은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배우는 것이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접수했다.
비장한 각오로 꼭 시험을 보겠다는 다짐보다는 컨디션 안 좋으면 시험비 날리고 결시하겠다는 날라리 같은 마음으로 한 것이다.
막상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니 스트레스도 받고 예민해졌다.
그리고 시험 전 날, 정말 밤을 새워 공부를 했다.
너무 오랜만에 뭔가를 외우려고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험 당일,
잠을 못 자서 피곤하고 멍한 컨디션으로 시험장에 갔다.
OMR카드를 받았을 땐 정말 떨리기까지 했다.
시험을 마치면 유튜브에서 최태성 선생님이 바로 답지를 올려주신다. 학교 정문 앞에서 답안을 맞춰볼 때 어찌나 손에 땀이 나던지.
가채점 결과는 합격!!!!
그리고 진짜 합격 발표에서도 합격이었다.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 1급 심화에 합격을 한 것이다.
행복 호르몬이 진짜 분비되는 것이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무척이나 좋았다.
한국사 시험을 어디다 쓰려고 공부하냐는 말도 좀 들었지만… 뭐 어떤가.
어쨌든 작은 성공 경험하기 프로젝트 중 일부는 성공한 셈이다.
시험 보기 전날 저녁으로 먹은 컵누들 뒷면에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
너라면 할 수 있어
마음먹고 실천하면 어쨌든 우주의 먼지 같은 기운일지라도 뭔가가 나를 돕거나 응원하나 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깃털 같은 성공 미션 하나 클리어.
다만 전에도 적었지만 솔직히, 아직은 작은 성공이 주는 효과를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계속 도전 중이다.
전에 나는 '상실감' '허전함' '공허함' '외로움'이 찾아오면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기댈 곳을, 의지할 곳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누구라도 나를 알아봐 주면 거기에 안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 관성이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외로울수록 힘들수록 나 자신에게 기대어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고 싶다.
외로운 사람들 모두가 덜 고통스럽게 홀로서기를 성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