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생활3

이혼위기

by 올리브

이혼 가정이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이혼의 유혹에 빠져 이혼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다. (지금은 아닌 거 맞겠지)



나는 좀 고지식한 편이라 이혼하면 인생이 망하는 줄 알았다.

연애할 땐 헤어지면 슬프니까 울고 불고 며칠 아프고 친구에게 하소연도 하고 그렇게 서로 연락처 지우고 마음을 추스리면 됐지만 이혼은 좀 의미가 다른 것 같았다.



양가 어른들, 친척들, 결혼식에 와준 모든 하객들... 앞으로 알게 될 인연들이 날 보는 사회적 시선도 걱정되고, 서류에 이혼이라는 이력이 남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게 얼마나 싫으면 타임 머신을 타고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소원을 빌었겠는가. 정말 내 인생이 결혼 때문에 망해버린 느낌이 들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작은 전셋집 부엌에서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많이 했다.



아마 남편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했을 것이다.



싸움의 주제가 연애할 때는 '애정표현 방식'에 관한 것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서로의 가족에게 하는 행동이나 돈, 그리고 생활 습관 같은 것으로 매우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수건을 쓰고 젖은 상태로 휙 빨래 바구니에 농구하듯 던져 넣는 모습, 치약의 통통한 배부터 주먹으로 좌악 짜서 쓰고 대충 올려놓는 모습은 정말 날 미치도록 화나게 했다.

그런 사소한 것에 화가 난 나를 남편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체 뭐가 그렇게 화낼 이유가 많냐고 그러는 너는 뭐 거슬리는게 없는 줄 아냐고 받아쳤다.



그래 차라리 거슬리는 걸 말하라, 서로 말하고 고치자고 해도 남편은 좀처럼 구체적으로 나의 거슬리는 점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그렇게 하나하나 지적받는 삶이 너무 싫었을거라고 짐작한다. 그는 사소한 것을

거슬린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도저히 이해가 안됐을 것이다.



연애할 때는 잘 몰랐는데, 집에 오면 리모컨 부터 찾고 소파에 딱 붙어 하는 거라곤 티브이 시청 밖에 없는 모습도 한심해 보였다. 난 공원 산책도 가고 싶고, 조용히 책도 보고 일기도 쓰고 싶은데 남편은 집에 오면 곧바로 샤워부터 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재밌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낙이였고 휴식이었다. 아주 일관된 그의 유일한 도피처가 티브이 시청인데, 나는 그게 정말 싫었다.



주말에도 그는 계획이 없었다.



나는 신혼이니 어디라도 놀러가고 싶고, 미리 계획하고 알아봐서 움직이고 싶은데 남편은 느즈막히 10시쯤 일어나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오늘 뭐 계획있어?" 라고 물었다.

10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면 점심시간인데, 차 막히는 주말 그 시간에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늘 백화점, 아울렛 같은 곳만 다니며 지루하고 100점 만점 중 60점 받은 것 같은 우울감으로 결혼 생활이 지속됐다.



참고 참다가 난 도저히 못 살겠으니 이만 헤어지자고 하며 이혼 얘기를 꺼내는 날에는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줬다.


"이혼이 애들 장난인 줄 아냐. 그런 말 쉽게 하지 마라."


"쉽게 꺼내는 말이 아니다. 오죽 힘들면 이런 말을 하겠냐. 부부 상담을 받거나 서로 다른 노력을 해보거나 하자.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


아주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처럼,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결론은 우린 아직 잘 살고 있다. '잘'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폭풍처럼 싸우며 가끔 사이가 좋은 날에는 남편을 미워했던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며 그렇게 2년이 지나 전세 만기가 다가왔다.

2년간 전셋값은 폭등했고 그 전셋값에 대한 '스트레스'도 늘 걱정이 많고 예민한 내가 더 크게 받았다.

남편은 '전셋값이 올랐다.' 라면 '하는 수 없지, 대출 받아야지' 하고 순응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어떡하지...' 걱정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둘의 해결 방안도 다른 것이다.



어쨌든 '돈' 때문에 싸우는 날이면, 정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은 절망감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 돈이 중요하다는 말, 내가 늘 무시하고 새겨듣지 않았던 인생 선배들의 말은 하나같이 다 진실이었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 바로 옆에서 코를 곯며 자는 남자는 세상 태평해보였다.



자는 남편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그 때 참 많이 했다.

남편을 미워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나 자신도 미워하게 되었다.

왜 결혼했냐며 내 자신을 책망하기 시작했다. 정말 위기였다. 이혼을 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고,

이혼한 뒤에는 세상이 나를 찾지 못하게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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