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떠한 형태이든, 양상이든 한 가지에 꽂히면, 집요하게 몰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소인을 이해하고 측은하게 여길 수 있는 성정 또한 갖춘, 군자와 같은 이상을 좇을 수 있는 이입니다. 이들처럼 무언가에 몰두하여 여생을 깨달음으로 보내고 싶다는 열망과, 박식한 이에 대한 끝없는 선망과 외경은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확언합니다.
비루한 소질이긴 하나, 나름 무언가를 하고자 했을 때 걸림돌이 되지 않을 만한 정도의 명석함은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난 바닷가에 나가본 적 없는 잉어로서, 지금까지 붕어와 피라미, 미꾸라지밖에 보지 못한 호수의 왕자입니다.
하지만 나는, 나보다 큰 생명체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몰상식한 나는 외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모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이따금 이해할 수 없는 과신을 보내기도 합니다.
예컨대 나는 다른 꽃들이 피기 전, 나만이 진정 꽃이라 우쭐대고 다른 꽃들을 업신여기는 아둔한 화초라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즈려밟힐 자그마한 잡초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학업에 있어서, 노력에 있어서 저는 그 누구보다 몰상식하고 아둔하며, 비루하고 우매한 잉어이자 잡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