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5 화요일 비
비가 세차게 오진 않습니다만 우중충한 날씨입니다.
이른 아침에는 꽤나 많은 비가 내렸는데, 아마 그때 태양이 꺼졌나 봅니다.
태양이 힘을 잃고, 먹구름이 작정하고 드리운 날.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한두 방울씩 정수리를 적시는 그 청량함이 화를 조금 돋우긴하나 참을만합니다.
점차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낙엽들이 본인들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요즘 빈손인 나무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지에 매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아득바득 다채로웠던 경관을 당분간은 보지 못할 것 같기에 조금 애석합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입니다만,
작정하고 빛을 보려 하면 먹구름이 드리우든 해가 반쪽이 되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하물며 눈앞이 캄캄해 밤이 온 것 같아 혼자 괴로워하며 지새던 밤들에서도 재차 생각해 보면, 밤은 여지껏 온 적이 없었으며 아무리 산뜻한 온기를 느끼고 있다 하더라도 온기를 더욱이 절감하였습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는 듯 합니다.
적어도 오늘은 기분이 썩 좋은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같이 시간을 보냈던 이들은 모두 제가 애정하는 이들이었기에, 눈을 감아도 빛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오늘은 어두운 방 안, 가로등과 밤공기가 에워싸고 있는 벤치도 저에겐 고독을 즐길 수 있는 낙원인 듯 합니다.
가슴을 저미던 매서운 겨울바람도
적어도 오늘은 품어주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