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선거권과 메르켈 총리
2013년 2월, 나는 친정아버지가 약국서 알바 중이다. 엄마는 인생이 집밥이신 분이다. 집밥 안 먹으면 죽는 줄 아는 우리 엄마. 약국에 부르스타를 갖다 놓고 보글보글 각종 찌개를 한 냄비 끓여 오늘 아침에 한 밑반찬들에 최소 3종의 김치를 꺼내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이들을 둘 다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약국 알바를 빙자한 몸보신을 하는 중으로, 엄마의 그 집밥의 최대 소비자이다.
점심은 늘 TV조선과 함께다. 빨간색의 JTXX 같은 매체는 아버지의 근무지에서는 금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날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패션 찬사가 줄을 이었다. 호미가로부터 시작해서 한복에, 정장까지 친정 엄마도 얼굴을 밝히며 박 대통령의 센스를 칭찬했다. 나는 우역우역 엄마 밥을 먹으며, 내가 보기엔 그저 그랬지만, 나 답게 밥만 먹고 맞장구를 잘 쳐드렸다. 내 할 일만 했다.
그리고 2016년 친정엄마는 독일 시간으로 아침 일찍, 한국 시간으로는 한밤중에 보이스톡을 한다.
" 단체로 화병 날 것 같다."
아이돌의 배신으로 친정엄마는 몸져누울 지경이라고 했다. 그 센스와 역량은 반비례 그래프를 였던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너무나 짧다. 겨우 4년 남짓이라니.. 팬덤이 안티로 변화하는 순간이었다.
그들도 여성이니 패션에 대한 평가는 영부인 마냥 쏟아질 수 있다. 정치인의, 지도자의 패션 평가를 성 이슈로 끌고 갈 생각은 없다. 요샌 이게 제일 무서운 이슈니까 입조심해본다. 다만, 교포분들이 보기엔 코웃음 칠 기간이나, 5년의 길다면 긴 시간 속에서 뭐든 배움이 빠른 나는 나라밖 타인의 시선으로 내 나라를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기억력이 좋다. 메르켈 총리의 취임식에서 그녀가 뭘 입듯 무엇을 신었든, 그에 대한 평가가 있었든 없었든, 독일의 정치인 메르켈은 Mutti 독일의 엄마를 16년이나 했고 박수 칠 때 떠나는 지도자가 되었다. 매 여름휴가마다 같은 곳을 같은 기간 동안 지내며 같은 옷차림을 하고 사진 찍히는 그녀는 말 그대로 독일이다. 멋대가리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자기 일 하나는 탁월하게 하는 무띠 메르켈.
굳게 닫힌 입과 딱딱한 표정만큼이나 쌀쌀한 날씨 같은 그들이지만, 그저 꾸밈없음으로써 모든 일을 단순하게 하던 그 독일이 오늘은 그립다. 살만 하면 떠난단 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주재 첫날부터, 아니 주재 가기 전부터 딱지 않게 듣던 그 말, 돌아오니 그립다는 그 말은 진짜였구나. 그나저나 누구 찍나? 첫 대통령 선거인데 찍을 사람이 없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