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일을 하자고

by 호박씨

작가에게 수익의 기회가 열립니다. 이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한자 입력해 넣을 때마다 100원씩, 아니다, 1씩 주어진다면 말이다. 누구나 기꺼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작가가 되겠다고 나설 테다. 과연?




필명을 걸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일은 술술 풀리는 중이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가장 곁에서 남편이 말한다. " 당신 뭔가 달라진 거 같아. 철든 것 같기도 하고, 내공이 생겼달까? 하여튼 뭔가 달라."

글을 쓰지 않는 그가, 그리고 내가 글을 쓰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남편이 정확하게 묘사하지 못하는 바도 당연하리라.

글쓰기는커녕 책과 거리가 먼 그가 금연을 시작했다. 감동이다. 그의 금연을 소망한 시간은 꼬박 20년이다. 아버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시던 순간에도 놓지못했던 담배를 멀리한 지가 어제부로 30일이라 한다. 남편은 금연을 시작하며 음성일기를 남기기 시작하고 있다. 그가 기록을 시작한 것이다.

10시면 하늘이 무너져도 자는 남편인데 침실에서 웅얼웅얼 그의 저음이 들린다.

".... 건강한 기분. 잊지 말자....."

그가 머뭇머뭇 녹음을 하고 있다. 기분과 상태에 대한 단어를 나열하고 있다.

"하이쿠네?"

"하이큐?"

"아니, 하이쿠. 시를 짓고 있구나!"

남편은 시인이 될 수 있을 테다. 담배를 끊으면 금전적으로 이익이 되는가? 구입하지 않은 담배값만큼의 숫자가 그에게 돌아오는 금연의 효과만은 아니다. 밥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그에게 떠밀려오는 신호와 처절하게 싸운 결과다. 배부르면 식후땡 담배가 얼마나 피우고 싶은지 잘 알고 있다. ( 엄청 배부를 때, 믹스커피 마시면 오는 뿌듯함과 동일하다.) 그리하여 남편은 30일을 동료들과의 점심식사 후엔 카톡을 보내곤 했다. 스스로에게 말하듯 내게 말한다.

" 아, 담배 피우고 싶어. 힘들어."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말없이 한 땀 한 땀 거미줄을 잣아내는 거미처럼 말이다. 거미줄의 그 어떤 부분도 거미가 만들지 않은 바가 없듯, 금연의 30일 그 어느 순간에도 그의 피 터지는 자기와의 싸움이 어리지 않은 시간은 없다. 이건 오직 그와 그의 기록을 읽은 독자만이, 그리고 그의 독백을 받아주던 나만 알 수 있다.




물론 자음 하나에 1원, 타자 한 번 10원이면 잠시는 기쁠 수도 있겠다. 글꼭지 하나가 떠오른다. 담뱃값 속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처럼 간절하다. 노트북과 기록할 수 있는 수단, 예를 들면 핸드폰이나 종이와 연필을 긴급히 찾는다. 떠오르기 시작한 글들이 흐름을 타고 뇌에서 쏟아져 나오면 무엇으로든 받아낸 야한다.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맛있게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가치를 피우듯 훌쩍 1시간을 브런치 글 하나에 쏟아붓고 나면 아기가 나왔을 때의 기분만큼이나 짜릿하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남자들 중에서 유명작가가 더 많은 이유는 이런 원인이지 않을까?) 세상에 내려놓은 내 글을 향해서 바쳐진 시간은 1시간이든 10시간이든 상관없다.

몰입으로 사라진 시간은 사실 길면 길수록 좋다. 시간도 나도 사라지고 오로지 나를 관통하는 단어와 문장, 그리고 글만이 존재한다. 만일 이 기분에 중독된 이를 칭해야 한다면, 그제야 비로소 우린 작가란 직업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테다. 스스로를 삶의 체로 삼아, 시간을 나란 존재로 관통시켜 글로 잣아내는 이가 바로 작가다.

글을 쓰는 순간, 이 타자 한 번이 얼마짜리인지, 시간당 몇 원인지 계산해야 한다면 우린 몰입의 짜릿함을 뺴앗길 예정이다. 글로써 돈을 벌겠다고 싶은 게 아니라, 글로써 여럿에게 나를 알리고 싶고, 한마디로 유명해지고 싶으며,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아닌가?

내게 물었다. 왜 그리 글을 쓰고 있냐고? 과거의 내가 아는 답은 한 가지였다. 돈. 세상이 알려준 편리한 답은 돈이다. 참말인가? 거듭거듭 몇 년을 묻고 내 옆의 남편을 바라본다. 담뱃값 아껴 즐거운 게 아니다. 그는 금연을 하는 이들이 남긴 기록을 읽으며 세상 밖의 여러 금연인들과 소통하길 즐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점심 식사 후의 시간에 대한 감동을 기록으로 남기며 스스로를 칭찬한다. 게임과 온라인 세상에 대한 중독의 고리를 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과 나눌 대화거리가 생긴다. 이 기쁨들 어디에도 금전적인 가치가 발 붙일 곳은 없다.


돈은 쉽다. 돈은 가장 쉽다. 그리하여, 출간 작가도 아니며 글로 1년에 만원 남짓을 버는 호박씨는 브런치가 작가의 수익에 도움을 준다는 말에 콧방귀를 낀다.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는 희열에 숟가락 얹지 말아달란 말이다. 제발!


사진: UnsplashDaniel Monte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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