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by 고라니

재잘재잘 참 말도 많은 식물들의 하루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다.


해가 떠도, 해가 가라앉아도.

언제나 그곳에서 뿌리를 박고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던 우리 할머니는 나물을 해 먹겠다면서 호미로 다 캐갔다.


며칠내로 다시 오면 그 자리에 어떻게든 또 캐먹을 수 있다는

뭐 나름의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계절이 다가왔다.

뜨거운 태양으로 먹이고, 따듯한 바람으로 휴식을 주다보면

그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보인다.


예초꾼의 예초기에도,

제초제의 강한 독성에도,

멸종하지 않는 그들은

여름과

그 생명의

화신이다.


부는 바람에 따라 서로 손을 맞잡으며 재잘재잘 말도 많은 푸른 아이들.

저 태양에 반사된 푸르른 칼날이 눈앞에서 회전한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내일도 그 다음날도, 뿌리만 있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다시 나타나니까.

헛수고하는 인간들을 보면서 까르르 웃는듯 하다.


그 앞에서 예초꾼도, 식물 애호가도, 사실은 그들의 강인함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

나약한 것은 결국 우리였으니까.


이 더위에 녹아가는 우리와 눈 앞의 아지랑이와, 더운 바람 앞에서

시원한 건물 안으로 꽁지빠지게 도망이나 치는 우리는

그 여름을 온전히 견디고 성장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너무 힘들면 도망이나 치라는 나의 진심어린 충고에

자신의의 강함을 믿고 버티겠다던 너의 말을 곱씹어보니.

너는 분명 야생화의 기질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의 성장을 정말로 기대하는 바이다.


여름이야.

너를 보기로 했던.

태양은 뜨겁고 풀은 푸르고

너는 그 가운데에서 잘 견디고 있어.

너의 계절에서 뜨겁게 다시 피어나길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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