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1. 냉장고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넣는다.
3. 냉장고 문을 닫는다.
역시 문제는 2번이었다.
그 거대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수 없었다.
토막을 내던지, 엄청나게 큰 냉장고를 만들던지. 아님 둘 다 하던지.
역시 코끼리를 왜 냉장고에 처넣으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물어봐야 했다.
어떤 새끼지?
코끼리는 야생에서 대적할 동물이 없다. 지구 최강의 육지 동물, 사자조차도 무서워한다던, 그 코끼리는, 당구공이 되었다. 아니면 피아노 건반이 되거나. 지구 최강의 치과의사는 그 거대한 이빨을 가지기 위해서 코끼리를 사냥했다. 고기도 이따금씩 먹었다.
결국 보호종이 되었다. 너무 많은 당구공과 피아노 건반이 필요해졌다. 그렇지만 번식속도는 그것에 미치지 못했어서, 코끼리 치과의사만 늘고 코끼리의 수는 빠르게 줄었기 때문이다.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우리 집 냉장고는 지저분했고, 풍족했지만, 왜인지 먹을 것이 없어 보였다. 옷장에는 옷이 많았지만, 입을 옷이 없었다. 집은 넓었지만, 우리 집이 아니었고, 돈은 쓸 수 있었지만, 나의 돈이 아니었다.
코끼리는 생각했다.
아기코끼리는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을까? 근데 무엇을 위해서 그런 짓을 하지?
작년에 나미비아에서는 기근 구호 식품으로 코끼리 고기를 배급했다고 했다. 난 코끼리를 안 먹어 봐서 모르겠지만은, 글쎄, 뭐 그것도 고기맛이겠지. 우리나라에서는 도통 구할 수가 없는 고기였다. 당신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 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악어고기는요? 캥거루 고기는요?
아니요. 아니요.
양은요? 염소는요?
예. 예.
개고기는요?
인종차별하시나요?
예?
이 순간에도 많은 고기들이 냉장고를 들어왔다가 나온다. 코끼리도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문을 닫아보자.
끼이이익 탁.
엄청나게 거대한 냉장고가 닫히면서 바람이 일었고, 지진과 해일과 폭풍이 불면서 지구 온난화가 일어났다. 거대한 냉장고와 그 냉장고를 작동시키는 거대한 실외기. 밖은 모두 사막이었고, 메마른 바다였고, 갈라진 땅이었다.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았고 가축을 키우지 않았다. 모두들 냉장고 안에 살았다. 이 살인적인 더위와 날씨 그리고
죽음을 피해서 냉장고로 피신했다.
냉장고를 여는 일도, 코끼리를 넣는 일도, 냉장고를 닫는 일도 사실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 피비린내 나는 학살극은 우리의 입맛을 자극시킬 뿐이었다.
고기에 피를 빼야지 - 잡내가 안 납니다.
저는 피가 무서워서, 공포영화를 못 봐요. 그런데 치킨은 좋아한답니다. 근데 또.... 유정란은 싫어요. 병아리 먹는 거 같아서요. 그렇지만 돼지는 안 먹습니다. 냄새나고 더러운 거 같아서요. 코끼리요? 그건 안 먹어 봤는데요? 코끼리가 지능이 높은 걸로 아는데, 먹기 좀 그럴 거 같은데요. 아 그리고 좀 질기고 맛없을 거 같아요.
사실은 저ㅡ는 일은 하고 싶은데, 욕은 먹기 싫고, 돈은 벌고 싶은데 힘들기는 싫고, 출근은 하기 싫은데 뭔가 해야 할 거 같고, 환경은 생각하고 싶은데 배달음식은 먹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저한테 뭘 강요하지 마세요. 뭐 하라고 해 놓고 제 마음만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이 또한
폭력입니다. 모래밭에서 모래를 치우라고 하는 거 같으니까요.
그렇다. 우리는 모두 더위를 먹어버렸다. 밖에 날씨는 너무 덥고 습했다. 여름인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밖에 땀을 흘리면서 걸어 다니는 동물원을 탈출한 코끼리가 소리를 질렀다.
날 좀 냉장고에 넣어줘!!!!!
사육사들은 원래 살던 환경과 다르면 아플 수 있다면서 그 간절한 요청을 거부했다.
사바나, 아마존, 뱅갈출신이라도 더운 건 더운 거다. 뭐 그런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마트에서 사면 고기에서 피가 떨어지지 않잖아. 그리고 프라이드치킨은 피가 떨어지지 않아. 그래서 피가 무서워도 고기는 먹는 거라고. 돼지를 먹지 않는 것은 취향차이고, 환경을 생각하고 싶은 거 그건 인간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거고, 그렇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잖아. 그것도 인간이라면 그럴 수 있는 거고. 당신은 뭐 뭐 뭐 어떤데 그럼 어? 어? 어?
아니 그러니까. 혹시
그러니까 혹시.
아니 혹시
혹시
코끼리십니까?
그때 수많은 코끼리들이 뛰어와서 냉장고에 박치기를 했다. 냉장고는 누웠고, 실외기와 분리되었다. 그 엄청난 소음도 멈추었고, 모래 먼지도 잠깐 멈추었다. 정적만 흐르다가.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코끼리들의 포요가 들렸다.
냉장고 안에 있던 인간들은 모두 숙청되었다. 그리고 곧 냉장고 안의 코끼리들과 밖의 코끼리들로 또 나뉘었다. 안의 코끼리들은 두 발로 걸어 다녔다. 뭐 그냥 그렇다.
인간을 냉장고에 넣는 법.
1. 냉장고 문을 연다.
2. 인간을 넣는다.
3. 냉장고 문을 닫는다.
정답은 역시 2번이었다. 인간은 피를 흘리지 않아. 빨간 물을 흘릴 뿐이지. 인간의 이빨은 코끼리들의 목걸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코끼리들은 채식주의자라서 인간을 먹진 않았다.
난 확실히 더위를 먹은 것이 분명하다. 사실 동물원에 가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가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