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사람들

by 고라니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쩌다 보니 요즘 갑자기 친해진 사람들이 있다. 일할 때는 몰랐는데, 역시 사람은 누구든 자기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이 사람들의 사연이 심상치 않아서 존경하게 되었다. 두 사람과 친해졌는데, 이 사람들 정말 아무도 모르게 어디선가 열심히 멋있게 살아내고 있었다.


1. 30살 허슬러 형님


아빠와 항상 하던 이야기가 있다. 대단하고 존경받을만한 인간들은 TV나 유튜브에서 경제강의하고 있는 부자 사람들도 있겠지만, 평범한 삶을 매일 투쟁하면서 역경을 이겨내면서 사는 주변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이 형님은 그런 사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사람의 그릇이란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크게 실패하지 않고, 크게 성공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기 욕심에 맞게 도전하고 깨지고 이겨내면서 사는 삶을 살기도 한다. 이 사람은 그릇이 큰 사람 같았다. 이미 나이 30에 사업으로 빚을 지고 그것을 갚아내는 경험을 했으며, 불행해 보이는 유년기를 이겨내고, 사회로 일찍 뛰어들어서 경험을 쌓았으며, 그러는 와중에도 사람이 좋아 보이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난 사실 처음에, 주변에 흔히 있는 백수 형인줄만 알았다. 뭐 가끔 아르바이트 나와서 용돈 벌어서 사는 뭐 그런, 취업준비생인 줄만 알았다. 언젠가 갑자기 술 한잔 하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들었던 그의 인생 스토리는 실로 엄청났다. 게다가 술도 사주는 그런 대인배적인 면모도 보였다. 아 저런 사람도 있고, 고난을 이겨내면서 살아내는구나, 뭐 당연히 자세히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온전히 알 수는 없었다.


특이사항으로는 동영배병장 ( 빅뱅 태양 )과 같이 군생활을 했다고 했다. 사진도 보여줬다. 요즘은 그만두셔서 일터에서 만날 수 없는데, 언젠가 술 한잔 사고 싶다. 얻어먹기만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지.


2. 38살 띠동갑 형님의 대단한 삶


며칠 전에, 일하는데 갑자기 어떤 형님이 퇴근길에 차를 태워주겠다고 했었다. 친하던 사람은 아니었고, 그냥 자주 보는 사람이었는데, 고맙고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왜지?


그렇게 퇴근시간이 다가왔고,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두뇌를 총 동원해서 위험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을 생각해 냈다. 혹시 나를 기절시키려고 하면 울대를 치고 문을 열고 도망칠 건데, 문이 안 열릴 수도 있으니까, 타기 전에 확인하고, 그전에........ 어?


정말 감사합니다만, 왜 태워주시려고 하시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니 집에 가는 길이 심심해 보여서요.


... 아 네....


그리고 차에 타고 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 형님은 본업이 실용음악 드럼 강사였다. 강사 일이 끝나면 12시까지 배달일을 하고, 강사 일이 없는 날에는 일용직 물류노동자 일을 했다. 그러니까, 일주일 중에 쉬는 날은 없었다. 일단은 드럼강사라는 말을 듣고 사람이 달라 보였다. 난 이상하게도 밴드 구성원중에 드러머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누구든 락스타를 한 번쯤은 꿈꾸잖아요.


예 저도 그런 거 했었습니다.


오.....!


어디 밴드에 소속되어서 드러머의 삶을 살던 그는, 왜 이런 힘들고 고된 삶을 살게 되었을까 궁금했지만,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으니, 참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의 핸드폰에는 토끼 같은 그의 딸의 사진이 있었다.


이거 있으면 이렇게 살게 됩니다.


엄청 귀엽고 이쁜 딸의 사진을 보니까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주 7일 동안 일을 하는 그에게 쉬는 시간이란 차로 이동하는 이런 시간일 텐데, 그런 그가 나를 태워줬다는 것은 뭐랄까, 영광이었다. 심심했던 그에게 내가 재미있는 시간을 줬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집에 도착했다. 90도로 폴더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이차이는 12살이나 났지만, 그건 그렇게 큰 문제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냥 멋있고 열심히 사는 사람과 더 친해지면 재밌고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일하러 나가면 만나게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때는 더 잘해드려야겠다. 언젠가 다시 락스타의 삶으로 돌아가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배우는 40살이 넘어서 성공하기도 한다던데, 38살이면 아직 늦지 않은 것 아닐까? 물론 가족이라는 무게감에 대해서 난 아직 경험해 본 바가 없어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모두들 파이팅!


그리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힘내고. 그동안 뭔가 심연에 빠져있는 느낌이었는데, 내가 겪고 있는 것은 뭐랄까, 보잘것없는 - 그들은 쉽게 생각하고 지나왔을 법한 성장기 아이의 해프닝정도로 느껴졌다. 힘들다고 해야 하는 것을 미루지 말고, 그들보다 살고 있는 삶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아직 가벼운 만큼 더 높이 뛸 준비를 해야겠다고 뭐 그런 성장소설 주인공이 할 법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면서 그들만큼의 무게를 지고 살 순간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할지도, 사업을 했다가 망할지도 난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만약에 겪게 된다면 이 둘을 생각하면서 나도 이겨낼 수 있다는 뭐 그런 용기가 나에게 큰 도움을 줄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들에게 언젠가 연락이라도 하면 도움을 주는 말을 해줄지도 모르고. 뭐 그런 거지. 아무튼 난 아직 할 것이 많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