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함 근면성실함.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지는 우리들이 가져야만 한다는 자세이다. 자신이 없으면 빨리라도 시작해라.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는 법이다.
근면성실. 뭐가 없으면 부지런하기라도 해야지. 출근도 일찍 하고, 자신이 없는 일이면 일찍 시작해서 남들보다 앞에서 시작해라.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적당한 시기가 있는 법이다.
만약에 내가 벌레라면 늦게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찍 일어나면 일찍 죽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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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불안함은 돈이 된다. 그걸 우린 알아냈습니다. 우리가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로 당신들은 벌레입니다.
라는 말을 직접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난 그렇게 생각했다. 당신들은 나를 벌레로 보는구나.
학원 입학시험을 보러 가는 아이들과 그 손을 잡은 엄마들. 그들을 안내하는 일찍 일어난 새에게 돈을 받는 사람들. 그들은 아이들과 엄마에게 일찍 일어난 새와 벌레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니까 이건 기만이었다. 그 누구도 스스로를 벌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벌레가 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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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정신과에 들어온 승현이는 자꾸만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근데요. 아무리 검사해도 배가 아플 이유가 없거든요. 저는 배아 아프다는 승현이를 위해서 항상 식단에 신경을 쓰고, 관찰하고 그러는데요. 여러 병원도 다녔는데, 아무래도 애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아요. 혹시 그래서 그런데, 거짓말 탐지기 좋은 거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소아청소년 정신과는 의료기계를 영업하는 그런 곳은 아닙니다. 다만, 애가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어......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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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ADHD를 판정받고 콘서타를 먹는데, 이게 참 효과가 좋은 것 같아. 이걸 먹으면 삶의 의지가 생기고 열심히 뭔가를 집중해서 살게 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
뭔데?
잠을 못 자. 그래서 약을 먹지 않는 날을 정해놓고, 그날 몰아서 잠을 자야 해. 근데 요즘에 이 약을 먹는 사람들이 또 있어.
누군데?
좋은 학군에서 학원 다니는 학생들.
걔들은 주말에도 학원가잖아
뭐 알아서들 하시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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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개인의 이익추구는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집니다. 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의 이익증대에 참여하는 것은 결국 여러분들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 엄마, 전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진짜 이젠 자고 싶어요. 아니 나가고 싶어요.
너의 빛나는 미래를 생각해 봐 의사가 되어서 사람들을 고쳐주고 돈을 많이 벌고, 존경을 받는 뭐 그런. 그게 너의 이익 아니겠니?
아뇨 전 자고 싶어요.
잠을 줄여서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도 할 수 있어, 노는 것은 나중에도 놀 수 있어 에디슨은 하루에 2시간만 잤다고. 너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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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어요.
미라클 모닝. 그러니까, 5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하고, 중간중간에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 요가와 명상을 하고, 부업을 하다가 2시에 잠에 듭니다. 그러니까 하루 3시간 수면을 1달 정도 유지하고 있어요.
대상포진에 걸리셨군요. 잠을 충분히 주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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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왔던 정말 열심히 사시던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하루 종일 일을 하시고, 잠도 엄청 조금 주무신다. IMF로 인해서 하던 사업이 망한 후, 부채 때문에 죽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무슨 일이든지 해서 부채를 상환해 내던 그 정신력!
몇 해 전, 그 사람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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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이 늘었습니다. 여러분 지금이 기회입니다. 지금부터 하면 의대 꼭 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돌잔치 때, 청진기를 잡았거든요....! 아이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어요.....!
7세면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열심히 하면 다른 애들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 부탁드립니다. 너 선생님 말 잘 들어야 해!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
아이는 날아가는 여객기만 바라볼 뿐이었다.
애가 집중력이 부족해서 참 걱정이네.......
엄마, 나 하늘을 날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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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엔 말이죠....... 부모님들의 아이큐와 직업, 그리고 성향을 고려해 봤을 때...... 그러니까......
네, 빨리 말해주세요!
애가 공부를 잘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그래도 노력으로 어려운 게 어디 있겠어요? 저도 공부를 했으면 잘했을 거라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게.... 아 예..... 그러니까 아닙니다. 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셨군요. 그런데 승현이도 그럴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애가 배가 아픈 것은 말입니다. 거짓과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진짜로 아픈 것과 아프다고 생각하고 믿는 것을 거짓말 탐지기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대학 나오고 다 했습니다. 저 무시하세요?
아뇨 아닙니다.
너 잘 들어, 너 같은 정신과 의사 나부랭이들은 내가 해달라는 거 해줘야 해. 내가 약을 달라고 하면 주는 거고, 거짓말 탐지기 달라고 하면 주는 거야. 그리고 거기에 상응하는 돈을 주면 받는 거고, 별로라고 환불해 달라고 하면 환불해주는 거고. 너 손님은 왕이야. 난 손님이고, 너는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하는 거야. 왜 돈이 부족해? 아니면 뭐 내가 그냥 병신 같아? 내 애는.... 그러니까, 내 애는 아무 문제없고, 그냥 약 좀 먹고 집중해서 공부 좀 하면 의대를 갈 수 있는 그런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애야. 그때 내 애한테 울고불고해도 소용없어. 난 아들 의대 보낸 엄마가 될 거야. 그러니까 넌 뭐해야 해?
전 약을 드리고 달라는 것을 드리면 돈을 받습니다.
일단 닥치고 있어 이 버러지 벌레야.
" 어머 선생님, 우리 애가 성적이 떨어져서... 예.... 그러니까, 특별수업을 하나 더 들으면..... 아 예,,,, 알겠습니다. "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승현이 엄마는, 15쌍의 다리를 순서대로 움직이면서 부드럽게 진료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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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날고 싶어.
자 이거 먹어.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
이게 뭐야. 나 잠도 잘 자고 싶어
너 조금만 참으면 돈 많이 벌어서 비행기도 많이 타고 잠도 많이 잘 수 있어. 그러니까 참아!!!
나 7살인데 언제까지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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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교육부에서 이런 아이들의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 8세 밑으로는 사교육을 금지시켰다. 그랬더니 맞벌이를 하는 가족의 아이들이 보육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겠다고 했다. 학교 선생들은 유치원 선생님인 동시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고, 유아교육과 졸업자들은 실직자가 되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책은 또 바뀌었고, 초등학교 입학연령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국영수 과목 학원만 금지되었다. 그래서인지, 영어 유치원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았다. 태권도 학원에 몰래 영어선생님을 특별강사로 초청해서 수업을 하는 변태 영업도 생겼다.
그러니까 결국, 정책이니 뭐니 해도, 욕심과 욕망과 불안함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었다. 결국 이런 사태에 지친 사람들은 또 다 감옥이나 보내라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만 지나갔고, 어영부영 유아청소년 정신과가 또다시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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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승현이 집은 여유가 있어서 망정이지.
승현이는 결국 거품을 물고 쓰러져버렸다. 이렇게라도 하면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승현이는 자꾸만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정말로 몸이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기 따위로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사태를 고치기 위해서 승현이 엄마는 수소문 끝에 일본에 있는 용한 병원을 알게 되었다. 결국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비행기를 탄 승현이는 모든 공항이 폐쇄되어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오래오래 날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승현이 집은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창문 밖으로 옆에 날아가는 새들이 보였다. 새들도 어디로 떠나고 있었다. 아침 6시였다. 여행을 떠나는 새들과 승현이의 표정은 점점 비슷해져 갔고, 피곤과 힘듦은 얼굴에서 슬그머니 떠나가고,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기대감이 얼굴에 가득 찼다. 엄마와 아빠는 승현이와 즐거운 표정으로 창문을 같이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공편 XXXXX승객 여러분, 일본에 쓰나미로 인해서 착륙이 어려워져서 회항 중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승현이는 날고 있었으니까.
매일 학원 픽업하느라 피곤했던 엄마도, 매일 야근하느라 힘들었던 아빠도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인천공항에 내려서 대뜸 엄마가 승현이에게 말했다.
"아들, 아빠도 휴가 낸 김에, 어디 여행갈까?"
*쉘 실버스틴의 말을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