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 : 변변치 못한 환경에서 아주 훌륭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신화가 만연해 있다. 공부를 아주 못하던 사람이 열심히 해서 일류의 대학에 입학하는 신화부터, 사업에 아주 실패해서 빛이 수억이 있던 사람이 다시 일어나는 신화까지.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시골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의 아주 좋은 대학에 장학생으로 들어가, 판검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어서, 집안을 일으켜 새우는 뭐 그런. 시골은 개천이고 거기서도 용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다들 어렵지 않게 접하곤 했다. 이 또한 신화이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잠도 자지 않고 허벅지를 찔러가면서 공부하고- 낮에는 가끔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누구나 될 수 있으며,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영웅은 멀리 있지 않다. 출근을 매일 하는 당신도 영웅이고,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는 당신도 영웅이다. 매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물류센터에 나가는 아버지도, 아기들을 돌보고 키우는 어머니도 - 다들 영웅이지. 경제위기를 극복한 국제적 글로벌 리더나, 마블 영화의 히어로들만 영웅이 아니다.
우리는 신화의 종말을 보고 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용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아는 것은 힘이지만, 알면 다치고, 앎은 독이다.
앎에 의한 힘을 얻고 명확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력한 상태에서의 앎은 곧 체념과 수용으로 흘러가고, 곧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음이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신화를 좋아한다. 보잘것없는 지금의 자신이 미래에 뭔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신화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신화는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현실은 언제나 더 잔인하다.
카일리 제너는 많은 매체들이 자수성가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엄연히 카다시안 패밀리의 일원이며 그들은 이런 마케팅을 참 잘한다. 카다시안 패밀리의 일원이 아니었어도 일찍 성공을 할 수 있었을까는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다. 물론 그만큼 주어진 사람들도 모두가 이른 성공을 이루는 것은 아니기에, 그녀의 능력이 출중함은 인정해야 한다.
빅토리아 베컴은 데이비드 베컴의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이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려다가 베컴의 저지 때문에 결국 부유한 삶을 살았음을 실토했다.
https://youtube.com/shorts/rslDvgHOTJQ?si=Gzv4FLvXFY6CHXcx
필자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성공신화와 개천을 자꾸만 끼워서 팔아먹으려고 하거나, 아니면 그들의 부유한 환경을 의도적으로 지우면서 성공을 더욱 부각하려고 한다는 점이 뭐랄까, 그들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에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신화도, 개천도, 이야기도, 어려운 환경의 과거도 - 돈이 된다면 우리들에게 남는 것은 없다. 가난함과 불우한, 남루한 시절의 이야기도 더 이상 성공하지 못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게 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 어떤 사건이 터지면서 결국 다시 몰락하게 된다. 혹자는 개버릇 남 못준다는 식으로 말했다.
성공과 실패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가 있다. 주어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은 부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팔아야 한다. 이 사이버 사창가에 몸을 던져야 한다. 주어진 몸뚱이를 노동시장에 던지거나, 아니면 최대한 적은 옷을 입고 사진을 찍고 실시간 방송을 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끝없이 견제해야 하고, 서로의 부를 모래 뺏기 하듯이 빼앗아 와서 깃발을 꺾어야 한다.
이러는 와중에 어떤 사기꾼들은 해킹을 해서 우리들의 개인정보를 훔쳐갔다. "이 병신새끼들아 지키지도 못할 나의 정보를 들고 있을 거라면, 그리고 그 정보가 돈이 된다면 우리가 스스로 팔 수 있게 만들어 줘라 시발"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는 것에 대한 단편적인 사건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우리는 결국 스스로 팔아야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역사이다. 노예무역과 노동력 판매와 폐병에 걸려서 일찍 생을 마감하는 영국 런던의 어떤 거리의 소년공들. 요즘은 우리의 노동력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존엄과 사생활과 이야기를 팔고 있다. 그것도 잘 팔리기를 기도하면서.
영웅의 종말과 위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 많이 공개되어 버린 우리들의 영웅은,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그 완벽한 인격과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신뢰를 잃게 되었다. 어떤 정치인들은 옛날에는 존경을 받았지만, 요즘의 정치인들은 거의 존경을 받지 못한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철의 여인 대처와 독일의 메르켈. 그들은 그 시대엔 영웅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모두 재평가를 당하고 있다. 끝까지 영웅으로 남는 사람은 없으며, 적어도 그 생에 내에 영웅으로 남는 사람은 거의 독재자들 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시대정신에 맞는 사람은 있어도, 끝까지 영웅인 사람은 흔치 않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우리들의 시선은 끝없이 목이 부러지는지도 모르고 변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지금은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라는 말과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의 의견을 통합해서 일을 추진하던 그런 강한 지도자는 멸종했다. 가면 뒤에 나약하고 사악한 얼굴을 더욱 쉽게 볼 수 있을뿐더러, 득과 실이 있는 정책들에서 모든 정책의 실이 실시간으로 드러나면서 이해 집단들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악역을 자처하는 독재자가 아닌 이상 무엇인가를 강하게 추진하게 되면, 독재자라는 오명과 함께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한다. 그렇게 정치 생명을 걸고 행동하는 독재자들은 생명 연장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고, 네탄야후는 중동 정세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중국은 타이완 점령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주변에 군사적 긴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연금개혁으로 국가의 부도를 막으려던 마크롱은 실직자가 될 위기에 놓여있다.
아마 그들이 성공한다면, 역사에 남는 것은 악독한 독재자가 아닌, 세계정세를 안정시키고 통일한 위대한 지도자로 남겠지. 누가 알겠어. 아니 누가 말 할 수 있겠나. 아무도 그들의 치부를 말할 수 없기에, 완벽한 인간의 군상으로 남겠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 사실 만으로의 신화가 아니라, 그렇지 않은 성공인들의 이야기 모델로 사용되면서 개천출신의 사람들을 욕보이고 있다. 진짜 개천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판매해면서 로또 같은 성공을 기대하고 여전히 용이 되길 기대하고 있으며, 용의 쉼터에서 성공한 용들은 자신들이 개천 출신임을 어필하면서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척하면서 착취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그들의 흑심은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이젠 우리는 진실을 쉽게 알게 되었다. 그들이 영웅놀이를 하던 시대는 지나갔지만은, 그게 좋은 세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이 말하는 우리들의 천박한 본성이 세상을 좋게 만들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우리 모두가 주목받는 시대와 그 주목이 경제적 성공으로 발현되는 시대는 지나야 만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기에,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시대였으면 좋겠다. 물론 항상 시기 질투로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있겠지만은, 그들은 계속 그러라고 하고,
필자는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한다. 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 그건 하다 보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게 될 테니까. 내가 있는 곳이 개천인 느낌이지만, 누군가가 보기에는 용들의 쉼터일 테니까, 거기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성공이란 별게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룬다면 그게 성공이니까. - 근데 난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에서의 행복을 찾는다면 그게 나만의 행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자신의 위치와 길을 상대와의 비교로부터 찾으려고 한다. 그게 본능인 듯 보인다. 그 사이에 파고든 SNS는 우리를 정확히 공략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그런 광범위하고 무분별한 비교로부터 한 발자국 나와서 바라봐야 한다.
자극적인 신화를 끊고 작은 것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위치와 능력을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그러니까 하나만 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에 칼을 넣겠지. 그 순간 시장에서 정한 자신의 가치가 무궁무진함에서 제한됨으로 끝나는 것일 게다. 우리는 무긍무진한 존재라는 것을 끝없이 들어왔는데, 그 신화의 종말을 알리는 것이겠지.
메타인지로 우리들의 광명을 찾고, 성공에 대한 정의를 재 정립해야 한다.
대 영웅들의 시대에서 자신이 영웅이라고 선언하는 사람치고 정상적인 인간이 없더라. 개천을 시멘트로 막고 지역발전의 균형을 외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넌 어디 출신이냐?
고등학교선생들은 우리들을 두들겨팼지. 미국은 영원한 우방 친구일줄 알았지. 유럽은 만년천년 복지국가들로 남을 줄만 알았지. 근데 지금을 봐.
복지병을 극복할 철혈여인은 이미 옛날사람이고, 강한리더를 뽑은 미국은 깡패가 따로없고, 나를 때리던 고등학교 선생은 정말 마주치기만해봐라.
아무리 그래도 신화속에서 산다는 느낌은 참으로 황홀해서, 뭐랄까, 그걸 끊고 사는 것은
당신은 하실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