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 파편3

고라니 SF 연작선

by 고라니


나는 이상하게도 귀신이 무섭다.



기억속에 귀신이 있다. 분명 봤던 것 같고, 그랬던 기억들을 데이터화하면서 - 나의 기억속에는 귀신이 있다. 연속된 필름같은 기억속 장면 주변시에 가끔 귀신이 있다.



즉각 기록되어 클라우드로 올라가는 지금의 기억과는 다르다.



흐리고, 수시로 옷의 색이 변하며, 분명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록이 되었지만 - 뭐랄까 디테일은 전혀 없고, 느낌뿐이다. 그래서



변곡점 이전의 기억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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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인데, 막상 머릿속에 들어오면



아, 그때 누가 물컵을 쏟아서 팬티를 갈아입었구나.



근데 어떤 팬티를 입었는지, 물이 무슨 색 주전자에 있었는지, 테이블의 색이 무슨색이었는지, 누가 쏟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기분이 별로였고, 차가웠다'정도로 남는다.



주변시에 귀신이 남았던 기록은 '공포와 당혹스러움'으로 읽힌다. 어떤 방이었는지, 벽지 색이 뭐였는지, 몇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 뒤에 주변시로 누가 보고 있었고, 난 침대에 누워서 방 밖을 보고 있었고, 봤지만 애써 모른척했던 것은 볼 수 있다.



어떤 대 사건들은 공공기록과 기억이 합쳐지면서 새로 창조되기도 한다.





시위가 있었다. 전쟁도 있었다. 그리고 붕괴가 있었다.



아무튼 용감한 사람들이 나섰다. 그런데 현명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 뿐이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살아남은 쪽이다. 가면갈수록 겁쟁이들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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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가 왜 가난한지 아냐?



그러게 걔들은 우리가 기부를 해 줘도 서로 싸우고, 걔발은 커녕 자기들 잠깐 배 부르는데 다 써버리잖아.



그게 아니지. 식민지 시절에 쓸만한 사람들을 다 노예로 끌고가서야. 힘없고 바보같은 유전자만 남은거지.



너 그거 인종차별이야 복합적인 문제를 봐야지.



근데 아주 틀린말은 아닌거 같기도 하고.




590년 전. 루크먼과 그의 와이프의 대담 - Youtube history p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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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세계를 이끌고있는 선두주자이자, 우리들의 영웅. Alex Lookman씨를 소개...



그 순간 총성이 들렸고, 방송국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습격했고, Lookman씨와 그의 경호원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났다.



언론에 의하면 "기억 클라우드 장치"를 처음 상품화한 Lookman씨는 그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영원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했다. 그의 장례식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고, 대부분 추모했다.





방송국에는 불이 났고, Lookman씨의 회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디지털 - AI -방산 - 신선식품체인 - 친환경에너지 - 로펌 - 운반, 수송 - 다국적 글로벌 기업이었던 회사에는 곧 다른 대표가 들어왔다. 그의 와이프였다. 새로운 대표는 시위대를 향해서 신제품 시연회를 열였다. 폭죽이 터지고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으며, 주가는 미친듯이 다시 올라갔다. 폭도와 시민은 다른 생명체였다.



기술에 회의적인 폭도들은, 대부분 직업이 없고 기본소득을 받으며 집 밖으로 좀처럼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그들의 작당모의를 회사는 모니터링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조기대응 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



열람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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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우리들에 안보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들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회사. 우리의 삶 뤀맨!





이게 약 490년전의 일이다. 그때는 그랬다. 이젠 전쟁도 없고, 나라도 없고 국경도 없다.



아무런 잠재적 위협이 없다.



가고싶은 것은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글쎄, 어느 순간에 의미가 없음을 느껴버렸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귀신이 무섭다.



분명히 찾아보려고 해도 온전하지 않은 기억들이 있다. 그건 아마도 너무 오래되어버린 불완전한 기억일 탓일테지. 이젠 더이상 무엇을 살 필요도, 욕심낼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런데, 왜 찾고싶은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까?



느낌. 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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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으로 폭발소리가 들렸다.



바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상반신이 분리되어 밖으로 날아갔다.



고라니 - 기체손상 수리 요망. 수리 욤 -----------------



도시에 400년만에 정전이 일어났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태양만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예비 전력도, 플로리앙도,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클라우드 업로드가 종료되었다. 기억이 단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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