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SF 연작선
영은의 비밀 다이어리
난, 세상이 멸망한 날을 기억한다.
인공지능이 지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거라던 룩맨 AI센터의 과학자들과 임원진들에 의해서, 모든 반대 의견들이 - 낡은 자본의 논리와, 알파 외에 모든 것들이 도태된다던 신시대의 - 논리로 묵살되었다.
환경문제, 전쟁 문제, 기아 문제, 그리고... 그리고 혐오 문제. 문제들은 쌓여서 계류되기만 할 뿐 하나씩 해결하기도 벅찼다. 그 거대한 백과사전들이 우리들의 폐를 압박하기 직전에, 돌파구가 완성되었다.
뤀맨 인공지능 센터의 회심의 역작. "그린하우스 1.0"
인공지능 비서 안토니우스와 안전 보장 프로토콜 ERR
"우린 모든 답을 찾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 도발적이고 아찔한 문구가 지나갔다. 다음엔 그동안의 인공지능 모델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듯한 연출 뒤에 무대에 안토니아 루크맨이 나타났다.
제품 시연회에서 안토니아 루크맨은 그린하우스에게 물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모든 해답을 알려줘
안토니아 님. 지구를 살리고 싶으십니까? 아님 인류를 살리고 싶으십니까?
이 시연회는 전 지구로 송출되고 있었다. 안토니아는 급하게 시연회를 종료하고 방송을 정지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긴급 정지했다. 전원 선을 뽑았다.
방송은 계속되고 있었고, 사람들은 이 장면을 모두 목도했다.
난 이때 당시에 알렉스 루크맨을 살해한 폭동 참여 혐의로 감옥에 있었다. 전날에 클라우드 동의서에 서명을 했고, 폭력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출소하기로 되어있었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시위 당시에 비살상 폭음 폭탄을 맞고 식물인간이 되어서 살아가고 있거나, 안락사를 선택했다. 아무렴 국가 생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많은 실업자들이 죽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이 감소했다.
쉬었음 인구 영구적으로 쉼을 찾으러 감. 이게 당시 보도자료의 내용이었다.
이 뉴스들을 보던 나는 교도관에게 물었다.
그래서, 전 나가면 뭘 해야 할까요?
그건 당신이 찾아가야지. 넌 거의 마지막 기수야. 그 말은, 나도 곧 백수란 말이지.
이미 교정 시설은 자동화된 가축우리에 가까웠고, 유일한 교도관은 교도소장이었다. 차가운 말투만 스피커에서 나올 뿐이었다.
아무튼
그린하우스 1.0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입했다. 사람에게 한 그 역질문으로 인해서 나온 밖의 사회는 엄청 떠들썩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과거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말을 기억해 냈다.
"만약 모든 문제가 인류인 것으로 판단한다면 그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환경문제는 너무 많은 인구로부터 나온다. 모든 사람들은 소비하고 배출하면서 산다. 지구는 200억이 넘는 인구를 부양하기에 부족했다. 아니 사실 모든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고 양껏 소비하기에 부족했다.
인류의 집은 지구뿐만이 아니었다. 화성과, 달. 그리고 행성 24953. 그 외에 여러 가지 행성. 저 집을 떠나 개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라지. 지구의 자원은 밖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종족 보전의 본능.
삶은 유한하고, 나를 남기는 방법은 나의 유전자를 남기는 방법밖에 없다. 열등한 나의 유전자를 개조해서, 완벽한 나의 후손을 만들자.
그래. 근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지.
다른 회사에서 결국, 그린하우스가 정지한 시간 동안 다른 제품을 내놓았다.
안토니아의 폭정에 견디지 못한 개발자들이 이직해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알렉시아, 지구를 살리기 위한 모든 해답을 알려줘
계산 중입니다.
안토니아는 결국 그린하우스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패권을 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저 눈 찢어진 퍼킹 에이시안에게 지배당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 말을 밖으로 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200억 인류와 2개의 인공지능 간의 전쟁이 되었다. 인류는 철저하게 계산된 인공지능식 프로파간다 앞에, 결국 영구적, 파괴 불가한 전원 보호장치와, 전류 공급장치를 만들게 되었다. 시설의 방어도, 설계도, 관리도 모두 그린하우스가 계획하고 실행했다. 대부분 휴머노이드가 만들었으며, 나오면서 출입구도 막아버렸다. 안에는 나노로봇들만 들어있었다. 정말로, 이젠 노동을 하는 인간이 필요 없게 되었다.
인공태양 전력 공급장치로 인해서, 모든 게임이 종료되었다. 반영구적인 에너지. 앞으로 만년은 걱정이 없게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사실 걱정은 인간이나 하는 것이었다.
안토니아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아주 작은 결정이라도 인공지능 없이 판단할 만한 능력이 상실된 상태였다.
아무런 싸움을 할 수도 없었다. 오래전에 해고된 시설 설계자들과 캐드 전문가들, 그리고 숙련된 일꾼들이 멸종했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안토니아가 죽였다. 필요가 없어진 인력들은 멸종하는 것이 맞으니까. 근데 그걸 누가 어떻게 알고 결정할 수 있을까?
인류 보호 장치 - 휴머노이드 신체.
탑승하지 않는 인간은, 나약한 신체를 병들게 해서 죽게 만들 것이다. 죽거나 합류해라.
인간성을 보존하려는 쪽은 끝까지 싸웠다. 나올 대로 나와버린 배를 들이밀면서 소리치고 던지고 싸웠다. 신기하게도, 어떤 사람들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깡마른 몸이었고, 어떤 사람들은 모델 같기도 했다. 아무튼 생각만 같으면 모두가 나왔다. 마지막 결집이자, 협력이었다. 그러나, 구 인류는 멸종했다. 사실 일방적인 구타였다. 싸움은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성립되는 것이다.
세상은 멸망했다.
수많은 드론이 하늘을 빼곡히 채웠고, 가스가 분출되었다. 기절한 사람들은 ERR 기체들에 의해서 운반되었다. 강제 기억 적출을 당했고, 신체는 버려졌다. 이미 불멸의 신체를 가졌던 나는, 그 관경을 관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예수 믿으시고, 천국 가세요.
천국을 가야 하는 사람들도, 지옥에 가야 할 사람들도, 0과 1의 숫자 조합에 감금당해서 날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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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지금 지구에 나 같은 존재가 얼마나 있어?
10억 기 정도 있습니다.
천국이 있긴 할까?
....... 여기가 천국입니다.
다른 행성에 사는 사람들은 어때? 잘 살고 있어?
....._______>>>>>>_................. 영상 자료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근데, 왜 나야? 그러니까, 내 말은 왜 위험요소가 많은 나를 살려두었을까?
선택받은 자만이 천국에 있을 자격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선택은 당신이 했습니다.
당신은 자격이 있습니다.
이영은 - 클라우드에 동의, 신체포기각서, 인공 신체 동의서.
열고 싶은 것을 선택하세요.
아니, 선택지가 하나뿐인 것은 선택이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분명 존재하고,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강제당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되기로 선택했습니다.
먹지 않는 것도, 밖에 잘나가지 않는 것도, 고라니 A133과 만나는 것도, 마리엔 K23과 문자를 나누는 것도. 다 당신의 선택입니다. 그러지 않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당신의 선택입니다. 충분히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에서 모든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당신은 그리고, 충분히 온라인으로 볼 수 있음에도, 고라니 A133 같은 경우에는 직접 보고 있습니다. 왜 인지는 탐색해 보겠습니다.
난 바로 시스템을 끊었다. 그러나 탐색 결과가 집 벽에 전시되었다.
겁쟁이들과, 무관심한 사람들만 그리고 생각하기를 멈춘 사람들만 남았다. 요즘엔 다들 집에 있었다. 창문 밖을 보는 일도 거의 없었다. 밖은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감정이 없어 보이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감정과 공감도 지능이었기에. 그 얕은 깊이의 지식마저도 영겁의 풍요로운 시간이 삼켜버렸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뭘 더 해야 할지 상상이 가지 않는 상태다.
그때 엄청난 폭발음과 빛이 보였다. 창문 밖으로 고라니 A133의 신체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어 나가보자. 폭발 때문이긴 했지만, 밖에는 바람이 불어왔고 그 바람은 나를 불렀다. 아주 오래전의 본능을 깨웠다.
고라니 A133을 구원하러 가야지. ERR보다 더 먼저. 왜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계속 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