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SF 연작선
.............. 폭발 발생.
인명피해 없음.
카메라 손상 2000만 대.
ERR 긴급 투입 완료
손상된 기체 20개. 예비 기체 투입하겠음.....................
개체 1개 행방불명이나, 메모리 백업이 완료된 상태로 재가동 가능.
그린하우스 시스템 피해 상황 1.2%
플로리앙 시스템 재 가동 시도 중.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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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엉
2ㅑㅈㅍ누ㅏㅜ!@(233ㅈsjdjS언vssvㅇㅐㅐ패wpsowp[spioyüüüe203ㄹwㅔ
어?
나는 3Km를 날아온 고라니 A133의 상체를 보았다.
날아가고 있는 눈과 마주쳤다.
'..... 살려줘'
주기적으로 "투신"을 하던 눈빛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집앞 건물 로비에 떨어졌다. 고개는 하늘을 보고 있었고, 심장은 땅을 보고 있었다. 지지지직.
"진정해, 넌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야. 정말로. 근데 보고 있는 게 너무 힘들어"
ERR이 오기 전에 옮겨야 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 피해 상황 카메라 피해 2000개.
폭발 현장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
건물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아스팔트와 보도블록도 없다. 평소에, 공용 기체 연결로 공간을 이동했기에, 마지막으로 밖을 산책한 것은 아주 오래전이었다.
발로 느껴지는 바닥은, 매끈했고, 딱딱했다.
빛이 나는 LED 바닥, 그렇지만 위에 태양이 보였다. 난 태양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것 빼고는 다 가짜였다. 온기가 느껴졌지만, 딱히 태양 때문은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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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아, 방화범은 범죄현장 주변에서 오줌을 싸는 특징이 있다고 하더라.
잡히고 싶어서 안달 났나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해 언니
몰라 무슨 배설 욕구가 생긴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렇다더라. 그리고
그리고?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 진짜로.
그럼 빨래하면 되지. 오줌은 치우면 그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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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검은 연기와 커다란 구덩이가 보였다. 그 주변에 창문이 깨진 폐허 같은 건물들이 보였다. 오래전에 아주 오래전에 화재현장에 들어가면 물에 젖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약간 숙여서 이동하라던 화재 교육 탈출 교육이 생각났다.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했다. 어디던지 카메라가 있었다. 그 폭발지점으로 가면 분명 숨을 곳이 있을 듯 했다.
왜 숨어야 하냐고 물어보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시스템은 관음증 환자야. 어디서던지 감시당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게 싫었던 것 같다. 그만 감시당하고 싶어.
ERR이 분명 우리를 찾고 있을 것이었다. 그곳으로 가면서 분명 다 들켰을 것이다. 일단 들어가면, 운이 정말 좋다면, 뭐 안 들키지 않겠나?
"........ 죽여줘...."
"우리 죽지 못해 살잖아."
우리는 현장 앞에서 ERR을 마주쳤다.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듯 했다. 앞쪽에 전기충격 장치가 있는 곤봉을 들고 있었다.
ERR입니다. 안전을 위해서 전원을 내리겠습니다. 1,2,3 지지지지짖직
고라니의 손이 툭 떨어졌다.
건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라나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서, 오른쪽 뺨에 충격이 느껴졌다.
서서히 바닥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곤 눈이 스르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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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속 걸어갔다.
폭발 현장을 지나서, 구덩이를 지나서, 시청사를 지나서, 숲으로 갔다. 바람이 불어오고, 따듯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그곳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고라니를 내려놓았다.
풀잎이 사라져 갔다.
태양이 사라졌다.
점점 암흑이 찾아오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왔다.
내 손도, 고라니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한 번 더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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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었다.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
폭발 원인은 아직 미상이며, 복구중에 있습니다. 곧 복구 될 것으로 보이며, 플로리앙의 복구는 60%정도 완료되었습니다.
.......... 기억 복구 중..........
폭발, 도피, 체포, 꿈.........
배가 고팠다. 장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마트가 없었다. 배급도 없다. 돈도 없지. 당연하지.
돼지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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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복구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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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더 이상 병에 걸리지 않고, 뭐든 소화할 수 있다.
우린 강하고, 뭐든 막을 것이 없다. 고통도 이젠 허상인걸.
돼지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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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복구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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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에 이영은 AB582 접근 중. . . . 도착
진압을 시도하겠음. . . . 거부. 관찰 요망
콘크리트 훼손, 출입문 파괴, 우리에 도달.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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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생명체를 봤다.
투명한 용기에 장기가 배양되고 있었다.
삼겹살도, 목살도, 가브리살도.
울음소리를 내면서 울었다. 그동안 먹은 것이 전혀 없어서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내 목소리 말고는, 약간의 돼지 심장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울면서 고기를 파먹기 시작했다. 잘 늘어나지 않는 식도와 위가 채워지면서 고기와 돼지 부속 장기들이 역류했다. 안에 있던 공기가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튀어나오면서 기괴한 소리와 함께 피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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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복구율 95% ....... 100%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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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은 AB582 전원 정지.
....... 숨이 막혀. 목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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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A134, 이영은 AB583 가동.
그린하우스 가동 이상무. 폭발 복구율 100%
폭발 원인 . .. ... .... ..... 낡은 전력 전달 장치 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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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의 메모.
군대를 다녀와서, 아버지와 팔씨름을 한 적이 있다. 난 그전까지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를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겼다.
처음엔 기뻤다.
그러다 멍했다.
그리고 슬펐다.
마지막으로 무서웠다.
------메모 그린하우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음.
고라니 A133 원점에 보관 중. 움직임이 있으며, 전원공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