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를 위한 배움의 터가 다양한데요. 얼마 전 경기도평생학습센터에서 반려견 행동교정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쉽독, 진돗개, 레트리버 세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으니 부모교육받자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귓등으로 들었던 문제견 뒤에는 문제 보호자가 있다는 말을 실감했고, 나를 둘러싼 관계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개도 사람도 관계 맺는 방식이 닮았더군요. 그중 인상 깊었던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첫째, 거리 두기는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실내 반려견의 50프로를 차지하는 분리 불안증상을 보이는 반려견 보호자들의 특징은 반려견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거나 자주 만지고 안아주기, 훈육 없이 감싸주기 등의 과잉보호가 주된 원인입니다. 이는 반려견이 정상적인 사회관계를 막으며 반려견이 보호자 외의 다른 사물이나 사람에게는 관심을 갖지 못함으로 인하여 보호자가 없으면 극심한 불안 증상을 느끼게 됩니다.
불안은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 행동으로 표출되는 거고요.
외출 후 귀가 시 호들갑스럽게 맞이하는 것도 좋지 않다 합니다. 과잉보호로 인한 의존도가 강화되면서 집착하게 되는데 문제는 보호자 또한 집착도가 강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으니 보호자와 분리를 통해 독립심을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대안으로 거리두기 즉, 안 만진다. 안 본다. 함께 자지 않는다. 등을 먼저 시작해 보라는데 ‘자녀는 독립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길러라, 내 곁에 두려 하지 말고’라는 말이 이 말이 구나 싶습니다.
여름에 수영장을 설치해 주고 겨울에 뒷산을 맘 놓고 뛰어다니며 고라니를 쫓고, 꿩과 함께 뛰놀게 하는 것보다 좋은 것은 반려견 혼자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독립심을 길러주는 거였습니다.
보호자와 함께 할 때만 행복하다면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보호자가 옆에 있어도 없어도 말입니다.
둘째, 한 번에 모두 하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서두르지 않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
예를 들어, 목욕을 시켜야 한다면 먼저 욕실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2주 정도 욕실에 함께 들어가서 간식주기를 반복하고 다음으로 수도꼭지를 열어 물소리 들려주기를 1~2주, 적응한다 싶으면 바닥으로 물이 흐르게 하여 발바닥으로 물 감각 익히기 1~2주, 젖은 수건으로 몸 터치 1~2주 하면 그때서야 샤워기 물줄기를 몸으로 향하는데 그것도 일부만 씻는다. 하루는 앞발, 다음날은 뒷발 이런 식으로 하루에 목욕을 다 끝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동안 내 본위로 성급하게 이루려 했던 어리석음이 떠오르며 낯이 뜨거워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부지불식간에 그러고 있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