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여지없이...

by 아생

험악한 글로벌 분위기와 달리 따스한 봄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있습니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까지 피는가 싶더니 만개했지요.

연일 국제정세가 극단으로 치닫고 죽음이 가볍게 보도되는 뉴스를 접하며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2월 말에 서둘러 모종을 냈는데요.


작년에 사용한 100여구 정도 되는 포트에 상토를 채워 상추와 겨자, 녹두, 완두 종자를 하나씩 심어 기온이 낮은 밤에는 거실에 들여놓고 햇살이 따스한 낮에 잠시 내어놓기를 한 달 하고, 3월 말 밭에 아주심기를 했습니다.


봄상추는 지인들과 나눠먹기도 좋아 농원에서 모종을 좀 더 사서 나란히 심으니 집에서 낸 모종이 작고 시들합니다. 내년부터는 모종 내는 수고를 건너뛰리라 했는데 일주일 지나자 땅에 붙어있던 가녀린 잎이 몸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텃밭 아주 심기 2주 전에 먼저 밭을 다듬었습니다. 김장배추를 수확한 후 방치했던 찢어진 멀칭비닐을 걷어내고 떨어진 능소화 잔가지들을 제거하고 무엇보다 먼저 땅을 차지한 풀도 뽑고 퇴비를 뿌려놓았습니다. 물론 반려견과 산책하며 동네 근실한 농부들이 만들어 놓은 밭을 눈동냥으로 따라 하는 거지만 말입니다.


퇴비를 뿌리고 열흘 지나 삽으로 흙을 떠서 뒤집기를 합니다. 텃밭 만들 때 가장 힘든 작업인데요. 흙을 잘게 부수어 물이 고이지 않게 하고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뿌리가 잘 뻗을 수 있도록, 거름을 흙과 섞어 영양분을 고르게 퍼지게 하기 위함이니 필수과정입니다.


지난 가을에 심어둔 쪽파는 바삭한 겉잎에 싸여있어 겨우내 살아있나 의심스럽더니 봄햇살에 속살이 차올라 푸릇하니 하늘 향해 똑바로 줄지어 서있습니다. 쪽파 옆자리에 함께 심은 시금치는 키가 작지만 짙은 녹색에 단단한 잎이 워낙 야무져서 공부 잘하게 생겼습니다. 2주 전에 뿌린 시금치 씨도 가녀리게 길쭉길쭉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늦가을에 심은 양파도 겨울을 잘 견디고 봄햇살 넉넉하게 받아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니 땅속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 달 후면 수확인데 기대됩니다.

이제 화분에 심어진 부추를 밭으로 옮기고, 잡초 뽑아주고 고추, 가지, 토마토심을 땅을 다듬으면 되는데요.


이런 인간의 노력을 비웃기나 하려는 듯 너무나 탐스럽게 자생하는 식물을틈틈이 캐러 갑니다.

3월에는 산자락에 올망졸망한 냉이를 캐서 냉잇국, 냉이 비빔밥을 해 먹는데요. 열매가 납작한 하트 모양의 주머니 같다해서 영어권에서는 ‘양치기의 지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답니다.


4월에는 단연 쑥이지요. 쑥은 땅속뿌리줄기 마디에서 새순이 ‘쑥쑥’ 돋아나서 쑥이라고 명명했다는데요. 그리 잘 자라는 쑥이 작년에는 귀했는데 어제 다문다문 자라고 있는 튼실한 쑥을 발견했습니다. 미혹한 마음에 혹여 지구 온난화등으로 생태계가 변해서 쑥마저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 된 건가 상념에 빠졌었으니 돌아온 쑥을 보는 감회가 깊을밖에요.


식량위기 운운하는 요즘, 내손으로 마련한 쑥 한줄기, 상추 한 포기가 새삼 귀해지는데요.

만약그 상추가 베란다 화분에서 길러진다면 소중함이 배가 될듯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쓰레기더미에서 벗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