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생 Sep 08. 2023

치매 엄마의 우당퉁탕 유쾌하고 개구진 하루 [12]  

센터에서 엄마는 골칫거리다(2 )마냥 웃기, 모두 수용해 주기

 치매환자도 가족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말썽쟁이 치매엄마. 막대기 주워 들고 나무를 치기도 하고 바닥을 치기도 하며 또 주울 거 없나 살핀다

최근 몇 달 전화가 뜸하지만. 엄마가 다니는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2주에 한 번꼴로 받는 편이었다.

용건은 주로 엄마가 소동을 부린다. 진정 효과가 강한 약을 처방해 오라는 내용이다.

치매 처방으로 윈드론 패치, 우울감 개선을 위해 뉴프람정과 큐로켈을 복용하고 있는데 뭔가가 부족하다는 거다.

한번 소동을 부리면 가라앉히기 힘들다고. 

그럴 때마다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하고 약을 최소한으로 조절하면서 지켜봤다. 

센터에서도 집에서 보내주는 약에 엄마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니 시큰둥하면서도 신경을 써주는 편이다. 어차피 흥분을 일시에 누그러뜨리는 약이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걸 서로 아니까. 


엄마의 만행은 다채롭다.

‘다 함께 차차차’ 프로그램 시간에 손뼉 치며 노래하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조는 사람 있으면 조츰조츰 다가가 대뜸 주먹 날리기. 엄마가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데 호응도가 낮으면 소리치고 욕하기. 큰소리고 노래하는 사람을 노려보다가 엄마가 더 큰소리로 악쓰듯이 노래 부르기. 맞은편에 앉아 밥 먹는 사람 참견하기.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왜 쩝쩝대고 먹느냐, 왜 남기느냐, 왜 쳐다보면서 먹느냐 등등. 상대편이 수긍하지 않으면 곧장 고함치며 훈계하기. 오침시간에 막 자리 잡고 누운 어르신들에게 모두 일어나서 놀자고 고함쳐서 잠 깨우기. 또는 다들 자는데 혼자 배회하기. 아침에 센터 들어서면서 난데없이 소리 지르기. 허리춤에 휴지, 가위, 색연필 품고 오기. 지정석이 없는데 자리 차지하고 안 비켜주기. 누군가 앉아있으면 자리 뺏기 그리고 엄마자리라고 우기기. 몰래 기저귀 빼버리기. 풀이라며 화초 뽑아버리기. 화분에 물 준다고 침 뱉기.

사회화 이전으로 돌아간 엄마는 딱 미운 일곱 살이다. 


이러니 하루가 멀다 하고 막무가내로 고집부리는 엄마를 설득하고 달래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흥분을 억제하는 약이 시시때때로 필요했을 텐데, 한동안 센터에서 전화가 뜸하다. 

엄마가 단박에 차분해졌을 리는 없고 오히려 불안한 마음도 들던 차에 엄마가 며칠 잠을 안 주무신다. 안 자고 놀겠다고 하면서도 밤 9시면 힘이 빠질 시간인데 12시인데도 잘 생각을 안 한다. 3일이나. 

언니와 나는 동시에 커피를 드시는구나를 직감했고 센터에 확인해 보니 때때로, 달달한 커피와 사탕으로 엄마를 달랬던 모양이다.

사회복지사와의 통화로 엄마가 카페인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이 부분은 시정된 듯 엄마는 잘 주무신다.

그리고 센터에서  분노를 폭발하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기력이 딸려서이기도 하겠지만, 노인주간보호센터 직원들의  따뜻한 달램 덕분이리라. 오늘은 무엇으로 엄마를 댤래고 있을지 웃음이 나오기도하면서 무한히 감사하다.


또, 집에서는 말끝마다 웃음을 유도한 게 엄마의 우울과 분노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웃을 말도 아닌데 말끝마다 엄마와 눈을 맞추고 소리 내어 웃기. 엄마가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전달할 때도 한바탕 웃고 나서 전달하고 이행된 후에도 잘했다고 한바탕 소리 내어 웃기가 습관이 되고 있는 중이다.

치매는 우울한 상태에서 진행된 경우가 많으니 자주 웃게 해 주라는 의사처방이 명약임을 실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매 엄마의 우당퉁탕 유쾌하고 개구진 하루 [1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