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서 엄마는 골칫거리다(1)... 미운 일곱 살
치매 환자도 가족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Food dinner photo created by ninjason1 - ko.freepik.com</a>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엄마는 골칫거리다.
휴지를 보이는 대로 둘둘 말아서 허리춤에 감춰오고, 가위도, 색연필도 어느 날은 센터에 있는 전화기도 TV 리모컨도 챙겨 온다. 치매환자의 일반적인 증상이라 하는데 엄마가 좀 유별난 모양이다. 허리춤에 감추고는 뺏길까 봐 긴장해서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뺏으려 하면 저항하고, 센터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뺏으러 오는 줄 알고 욕부터 한다는 거다. 특히 가위는 위험한 거라 센터에서도 걱정이 많다.
그래서 엄마 옷은 주머니가 없다. 주머니 입구를 미싱으로 박음질해서 처음부터 주머니가 없던 것처럼 만들었다. 그러니 엄마가 숨겨오는 방법도 기발해진다.
한 번은 센터 귀가 차량에서 내린 엄마의 마스크가 불룩해져 있더란다.
올케언니가 물으니 찐만두 두 개를 꺼내더라고.
아들도 아니고 며느리 주려고 가져오셨단다.
당신이 드실만했는지 며느리에게도 맛 보이고 싶어서 감춘다고 한 곳이 입과 마스크 사이다. 만두가 오후 간식이었다니 저녁도 안 드시고 엄마는 만두를 지켰다. 입도 한번 뻥긋하지 않고.
입김에 만두가 흐믈흐믈해져서 만두피가 입에 쩍쩍 달라붙었을 테고, 만두 냄새만 몇 시간 맡고 있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런 집중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집에서도 챙겨간다. 언니 신용 카드를 들고 가기도 하고, TV 리모컨도, 눈에 보이는 건 모두 손에 담고 본다. 아이들이 촉감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 옷에 소변이 묻었는데 기저귀도 안 갈고 도와드리려 하면 몸부림치고 욕을 해대니, 겨울인데 감기 걸릴까 봐 걱정스럽다 비닐로 몸을 감싸서 보내드려도 되냐고 묻는다.
잠시 기다려 달라하고 새 옷과 기저귀를 챙겨 센터로 달려가서 옷 갈아입히고 모시고 온 적도 있다.
다음날 아침에 센터 보내드리려고 준비하는데 엄마 하는 말
“오늘 센터에 같이 안 가? 어제 왔었잖아 같이 가자”
“엄마 어제 내가 센터에 가서 엄마 모시고 온 거 기억해?”
“응 그래서 재미있었어. 같이 가자”하신다
“엄마 거기는 머리가 하얀 사람들만 갈 수 있어”했더니 나를 한참 들여다보고 하는 말
“너도 머리 하얗다”하신다. 내가 염색을 몇 달 안 했더니 온통 하얗긴 하다.
엄마가 어제 일도 기억하고 대단하다. 것도 상세히. 그리고 센터 직원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여 직원들 혼을 빼놓고, 내가 와서 옷 갈아입혀주니 재미있었단다. 좋았다고 깔깔대고 웃는다.
기저귀를 하지 않겠다고 떼쓰는 엄마를 딸은 문제 삼지 않아서 좋아하신 걸까.
이것도 엄마에게는 즐거운 기억이 되었을까.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안 돼요”를 입에 달고 사는 센터직원들을 골탕 먹여 재밌었다는 듯, 개구쟁이 표정이다.
엄마는 센터에서 미운 7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