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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생 Feb 18. 2024

(19)엄마의 분노는 어디서 시작되는걸까

옆자리 어르신의 손등을 물다

 수요일과 일요일은 엄마가 목욕하는 날이다. 그날도 나는 수요일 주간보호센터 귀가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센터 차가 집 앞에 멈추면 엄마를 반갑게 맞이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얼굴이 벌게진 운전기사가 먼저 내리더니 다짜고짜 엄마가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 손등을 물었다는 게 아닌가.

세상에나! 다치신 분 손등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순간, 뇌회로가 멈춘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나는 그분 손을 잡고 울었다. 그리곤 응급실로 모셔가서 또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오죽하면 다치신 분 가족이 나를 위로할 정도로 하염없이 울었다. 생의 윤기가 남아있지 않은 팍팍하고 마른 손에서 피가 흐를 정도니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싶어 죄송했고, 치매가 깊어지는 엄마가 안쓰러워 계속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도 ‘괜찮아, 나는 괜찮아, 나는 한 번 겪으면 되지만 자식들은 곁을 지키니 얼마나 힘들어. 그래도 돌아가시면 후회되니 잘 모시라’는 어르신 말에 더 서러워 소리 죽여 엉엉 울어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감정만이 아닌 무엇보다 내 30년 후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엄마와 성향이 비슷한 내가 엄마의 모습으로 늙어갈 거 같은 불안감 때문이지 않았을까. 내 나이 6살에 옆집 소꿉친구 재은이 팔을 물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나보다 덩치가 좋고 힘이 센  친구를 상대할 비장의 무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누구에게 무는 걸 배운 적은 없었을 테니.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했던가. 지금 엄마도 힘이 없어지니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 건 아닐지.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결연하게  ‘치매’라는 병증과 다시 마주하게 됐다. 

때때로 욕설을 퍼붓거나 인상을 쓰거나 큰소리를 쳐서 주위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지만 이런 신체적 폭력은 처음이다.     

치매와의 동행은 이제부터이다. 지금까지 증상은 보호자의 소극적인 마음 수양으로도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였다면 폭력이 가시화된 지금, 그동안 좋아져서 방심했던 증상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음이 급해진다. 재작년 대퇴부골절로 수술한 엄마가 섬망증상을 보이는데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 가족 면회도 금지된 터라 덜컥 겁이 났었다. 골절은 회복되더라도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안달이 나서 도서관으로 달려가 관련 책들을 뒤지고, 또 간호사를 매일 귀찮게 해서 엄마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또다시 급하게 악화되는 엄마의 모습에서 2번째 위기를 마주한다.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엄마의 치매를 너머 나의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치매 키워드를 치니 단행본 82권이 검색된다. 한 권 한 권 소중하게 탐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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