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치매라도 아직 희망은 있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행복을 위한 독서[2권째]
치매라도 아직 희망은 있다.(227쪽)
내게 힘이 되는 이 글자들을 읽으려고 애써 책을 펼친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가족의 치매를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환자에게도 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어야 치매를 이겨낼 수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그리고 치매에 대한 의학적인 이해와 지식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치매 환자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치매 진단을 받은 지 15년 차, 시간 감각을 상실한 지 오래고 지금은 공간인지에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는데 지금 단계에서 치매 진행을 멈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가 엄마방인지 주간보호센터인지를 구별 못한다. 게다가 2주 전 설에 엉덩방아를 찧어 요추 3번이 골절상태라 꼼짝없이 누워 지낸다. 한 달 또는 세 달 후 침대에서 일어나면 걸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렇게 눈 돌리면 사고니,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보호자들이 요양원을 선택하는 모양이다. 우리 4남매는 가족회의를 했다. 함께 좀 더 노력해 보기로.
그래서 2년 전 대퇴부 골절 이후에 또다시 걷기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최소 한 달은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니 말이다. ‘두 다리는 두 명의 의사다’(저자 배근아, 신광철)라고 했는데 엄마가 앞으로 5년만이라도 더 걸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루 계획을 짰다.
7시 기상. 다리운동은 2시간마다 10분으로 시작해서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기, 1일 1회 동화책 소리 내어 스스로 읽기. 피리 불기, 유튜브로 트롯가수 콘서트 시청하며 함께 손뼉 치며 노래 부르기, 틈틈이 물 한 모금씩 마시기, 과일, 채소, 견과류 먹기. 껌 씹기, 누워있어야 하니 주식은 주로 야채만 넣은 김밥 또는 김치 만두. 계란 넣은 흰 죽, 쑥떡과 물김치로 한다. 하루 중 먹는데 보내는 시간이 꽤 길다는 걸 실감한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소화 촉진제와 장약을 먹지 않고도 2주째 엄마의 장은 아주 원활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시간별로 기록하니 무엇보다 용변을 보는 시간과 화를 내는 시간이 일정하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알수록 대응하기 수월해진다.
껌을 2분간 씹으면 기억력이 15프로 올라간다.(102쪽)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니 목적이 분명해지고 마음이 투명하다. 오후 6시까지 짜인 프로그램이 엄마에게도 버겁지 않은 모양이다. 주간보호센터와 달리 엄마에게만 집중되는 가족의 보살핌에 행복한 표정이다. 간혹 폭언을 해대기는 하지만 그것도 가볍게 지나간다. 무료하거나 잠이 들려하면 껌을 드린다. 또는 나의 드럼 스트로크에 맞추어 발을 까딱까딱하며 장단 맞추기 놀이를 한다. 취침시간이 일정해야 해서 오침 30분 외에는 깨어있다. 그래야 밤 10경에 주무신다. 수면시간과 질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치매 환자의 수면 관리는 특히 신경 써야 한다. 하루라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이상행동이 눈에 띄게 심해진다.
엄마에게는 이 한 달이 골든 타임일 수 있으니 순간순간의 경험이 소중하고, 의도적이라도 과하게 웃고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바라본다. 치매 환자는 바로 전 당신이 한 폭언의 기억은 잊어도 상대의 감정을 읽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나이 50 중반 누군가를 보살펴야 하는 때인 모양이다. 주변에 연락이 뜸한 지인들의 안부를 물어보면 비슷한 사정을 말한다. 온전히 보살피는데 집중할 수 있는 지금 나의 상황에 감사한다. 2년 전 은퇴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누리며 맘 편하게 엄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참고도서; 치매, 잠든 뇌를 깨워라. 선호상지음. 미래북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