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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별 릴리 Mar 09. 2023

콜마르를 기억하기 위해

글쓰기의 이유


#기록 #글을 쓰는 이유 #기억력 #프랑스 #다시 갈지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프랑스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파리는 제외하고 다시 가고 싶은 프랑스 여행지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3위는 세계적인 와인의 고장 보르도, 2위는 몽블랑 산이 보이는 샤모니였다. 샤모니는 자연 경관이 멋진 곳이라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생각을 하며 마음속 버킷리스트에 저장했다. 대망의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1위는 콜마르였다. 


다시 갈지도 프랑스 편 영상 캡처



텔레비전을 보다가 남편에게 말했다.


"저기 우리가 전에 갔던 곳이랑 비슷하다~"


남편은 대답했다.


"그러게 저런 느낌인 곳 우리도 갔었는데!" 




여행지의 이곳저곳이 소개될수록 묘하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알아차렸다. 콜마르는 우리가 갔던 그곳이었다.




결혼식을 하고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갔다. 파리에서만 일주일을 보내려고 하다가 외곽지역을 두 곳 다녀왔다. 하나는 베르사유, 다른 한 곳은 콜마르였다. 베르사유는 성이 무척 화려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콜마르에 대한 기억은 이상하게도 흐릿하다. 색감이 예쁜 마을이었고 배도 탔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지인 콜마르. 동화같이 예쁜 마을이었는데 왜 기억이 나지 않았을까? 영상을 보며 흐릿한 기억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한다. 내가 그 순간을 글로 남겼다면? 여행을 하며 순간의 감상을 기록으로 남겼다면? 지금 내 기억 속 콜마르는 분명 더 선명하게 남아있었을 것이다. 




살면서 크고 작은 수많은 경험을 한다. 내가 한 경험들은 기억으로, 추억으로 남아 있기도 하고 흘러가는 물처럼 잊히기도 한다. 화려하지만 낡은 파리의 모습들, 에펠탑, 루브르박물관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고 베르사유 궁전도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 그때는 좋았을 콜마르의 풍경은 그곳을 갔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잊혀가고 있었다. 




그동안 기록이나 글쓰기는 공부를 위해, 또는 업무를 위해서만 했다. 그마저도 기록하기 귀찮아서 쓰는 것을 최소화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아주 임팩트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학창 시절 몇 가지 일들, 성인이 되고 연애, 결혼, 출산, 그리고 가족과 관련된 몇 가지 일들이 전부다. 삶의 대부분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깨알처럼 사소한 일들,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들이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유한한 기억력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사소한 기억들을 소중하게 담아두기 위해 글을 쓴다. 나의 기억력에 마냥 순응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보내려고 한다. 생각과 느낌, 흔적을 글로 남기고 가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어떤 글은 부끄럽고, 어떤 글은 미소 짓게 하고, 어떤 글은 뿌듯하게 할 것이다. 어떤 글은 위로가 되어주고, 또 어떤 글은 내가 한 발 더 나아가도록 도와주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는 부담 없이 일상의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살면서 우리는 모두 몇 번의 봄을 볼까?


앞으로 몇 번의 봄을 더 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33번의 봄을 보았다. 100세를 기준으로 67번이 남았다. 횟수로 생각하니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마저도 볼 수 있으리라 확신할 수도 없다. 영원한 것은 없고 어차피 우리는 모두 사라진다. 그렇더라도 오늘 글을 쓰며 나에게 주어질 봄을 천천히 음미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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