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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May 06. 2022

포켓몬 빵! 줄을 서, 말아?

부모들의 줄 서기는 빵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가

포켓몬 빵이 유행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변에 빵이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애들이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서였을까? 나와 상관없는 현상이라고만 생각했다. 아이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포켓몬 빵 판다고 했다가, 그게 잘못된 정보였다고 얘기했던 것도 예사로 넘겼다. 어차피 쉽게 안 구해지는 빵이니까!

지난 주말, 같이 캠핑을 간 지인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별안간 가위바위보를 시켰다. 그리고 이긴 사람부터 순서대로 무언가를 고르게 했다. 이윽고 아이들의 손에 들려진 건 '포켓몬 빵'이었다. 아이들은 무척 신나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아차 싶다. 우리 아이들도 포켓몬 빵에 진심이었을 텐데, 요구하지 않는다고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이때까지 직무유기를 하고 있었던 느낌이다. 이건 아니지! 캠핑이 끝나고 집으로 온 나는 그때부터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 봉지에 5천 원 하는 - 그나마도 2 봉지까지만 구매되는 - 포켓몬 빵을 구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이미 다 품절돼서 가장 인기 없는 빵만 남아 있었다. 택배비까지 계산하면 1 봉지에 6500원인 셈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뿌듯하게 포켓몬 빵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엄마 아빠가 인터넷에서 아주 비싸게 구한 빵이니까, 다음에 또 인터넷으로 빵 사달라고 하면 안 돼! 알았지?"

그 말을 들은 큰 아이가 말했다.

네, 엄마! 그런데 친구들은 포켓몬 빵 부모님이 5번씩은 다 사줬대요. 빵이 아무리 비싸도요"

 아! 그, 그렇구나.... 하지만 정가 1500원인 빵을 매번 5천 원이나 주고 매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편도 그때부터 포켓몬 빵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10시에 문을 여는 마트에 8시에는 줄을 서야 빵을 살 수 있다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집 근처 편의점에는 하루에 2개씩 들어오고 있어서 못 산다고 생각하는 게 옳았다. 그나마 특정 사이트에서 11시에 판매하는  구하기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11시 5분 전부터는 모든 걸 다 멈추고 새로고침 버튼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그러기를 5일째. 우리 부부는 여전히 포켓몬 빵을 구하지 못했다.

"X마트 트레이더스 sns에 내일 포켓몬 빵 83개 들어온다는 공지가 있네"

남편이 은밀하게 내게 말한다. 줄이야 서면 되지만, 아이들 다 등교시키고 보내면 이미 빵은 늦을 것 같았다. 남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가보길 원하는 눈치였다.

다음 날, 부리나케 아이들은 학교 보내고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마트로 갔다. 급하게 줄을 서서 사람을 세어보니 얼추 83명 안에는 든 것 같았다. 그때 마트 관계자가 내게 와서 얘기했다.

"지금 저 앞에서 83번 끝났기 때문에 줄 서 계셔도 빵 못 받으니 돌아가세요"

저 앞에서 끝났다고?마트 관계자는 내 앞으로 7번째 앞사람이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신랑, 나  잘렸어. 빵 못 산대"

"그래? 그럼 이왕 나간 김에 그 옆에 코스트 X 가 봐. 거기도 빵 판다는데"

어쩐지 빈 손으로 그냥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회원카드가 필요한 마트를 향했다.

다행히, 그날따라 그곳은 포켓몬 빵이 대량 입고되었다고 했다. 줄만 서면 다 1묶음씩은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1시간 30분 만에 포켓몬 빵 6 봉지를 구할 수 있었다.

나더러 창고형 마트를 가라고 했던 남편도 내가 빵을 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마트 가보라는 건 농담이었는데!
거기 평소에는 7시 전에 이미 번호표 배부 끝이라던데, 신기하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우여곡절 많은 빵을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큰 아이는 빵을 보자마자 사진을 찍더니 카톡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갑자기 6 봉지나 받은 두 아들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우리 부부는 여전히 휴대폰 알람을 맞추고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한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까지 데리고 마트 앞에서 줄도 섰다. 하지만 빵은 여전히 우리에게 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늘 우리 부부는 정해진 시간마다 서로 카톡을 보내며 빵 사기에 도전한다. 그때마다 머릿속에서, 수능 시험 날, 교문에 엿을 붙이고 시험이 끝날 때까지 내내 기도하던 부모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이 빵이 아이들의 무언가에 그토록 간절해지는 부모의 시초인가 싶기도 하다. 그깟 포켓몬 빵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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