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걸이를 찬 작은 견우

로또 ;짧은 만남, 아쉬운 이별

by 별헤는 고양이
견우에게 직녀가 된 썰

소개글:

늦은 오후, 도시 한가운데.
금빛 목걸이를 한 작고 검은 프렌치불독,
짧은 만남 속에서
우린 수차례 사랑하고, 이별을 연습하고, 다시 재회했다.

내가 뭐길래,
이렇게 큰 사랑을 받나—
사차원 같던 너는 사실
깊고 드넓은 사랑의 우주였다.

결국 나도 너를 사랑했고,
우린 서로에게 사랑받았음을 깨달았다.

삶이 아무리 삭막해도
오늘만큼은 로또에 진짜 당첨된 기분.

늦은 오후,
우리는 사랑의 별 한가운데 있었다




7월 7일,

지구가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대한의 아프리카, 대구에서 나는 반드시 로또를 사러 나가야 된다.


한낮의 더위가 식어가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번화가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
나는 수많은 숫자를 굴리며 , 작은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세기며, 행운을 찾아 유심히 걷고 있다.


도심 나무 그늘 아래, 까치와 까마귀들마저 더위를 피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뭔가를 주워 먹으며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세상도, 새들도, 이 낮의 여유와 평화에 잠시 몸을 기대고 있었던 것 같아 보인다.
평소라면 날아올라 소리치거나, 낯선 것에 경계할 녀석도 있을 법 한데 , 더위에 지치고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 대담하게 내가 그들 곁을 지나가도 무리를 벗어나거나 놀라지도 않고, 그저 남은 먹이를 먹는데만 다들 열중하고 있다.


한편 반대편에서는 검고 작은, 통통하고 다부진 몸매에 금색 쇠사슬 목걸이를 번쩍이며
뒤뚱뒤뚱 걷는 녀석이 당당히 걸어오고 있었다.
주인 옆에 리드줄로 느슨히 매여 있었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 자유롭게 걷고 있다.

그때였다. 그 녀석은 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휙 돌리더니—
유난히도 커다란 눈으로 날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빗장문을 소리 소문도 나지 않게 열어두고
우린 그렇게 첫인사를 나눴다.

보이지 않는 콧대를 가진 이 세상 가장 넓은 코,
흰자위를 드러낸 크고 번쩍이는 저 자신감 찬 눈,

불룩한 배와 몸을 지탱하는 굵고 단단한 뼈마디와 근육으로 이뤄진 최강 숏다리,

꼬리는 어디에다 꽁꽁 숨기채

어긋난 비율의 큰 귀를 힘껏 쫑긋 세우고
야무지게 씰룩거리고 건들 먹거리며 다가오는 너!


내 다리를 물 것 같은 어딘가 숨겨둔 날카로운 이빨을 상상하다 보니 , 반사적으로 잠시 움찔거리며 한 발 뒤로 물러나며, 자연스럽게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후~
건 그냥,
너만의 방식이었더라.

주저함의 눈빛도 없이

짧은 다리로 날렵하게 질주하더니
순식간에 내 다리에 발을 올리며

묵직 한 몸을 푹 맡기더니

어느새 내손을 핥으며 침으로 도장을 찍어 버린다.

"괜찮아, 너 좋아해. 너 날 안아줄 거지?." 하는 것 같았다


멈춰버렸던 내 심장은
제세동을 맞은 듯 다시 뛰기 시작했고,
혼돈 속 EQ가 깨어나
엔도르핀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어.
'아. 행복이 이런 거였구나'
나도 모르게,
하하하, 웃음보도 따라 터진다.


무자비하게 돌진해 버리는 알 수 없는 행성에서 온 사차원 작은 조폭의 사랑에

긴장감은 번개처럼 바로 무너져버렸다..

넌 ,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연신 얼굴을 비비고,
그 커다란 눈으로 날 바라봤어.


“내가 너 주인이었냐?”
“전생에, 우리 만난 적 있냐?” 운을 띄우는 난
기억 속 어딘가 잃어버린 조각이었을까 하는 의심과 당혹감으로 인연의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너의 돌진력에 어느새

난 무릎을 꿇고 앉아 한참을 안아주고, 쓰다듬고,
네가 짖거나 낑낑거릴 때마다 놓치지 않고 "아이 이뻐"라며 사랑으로 대답해야 했어.

그때,
주인이 다가와 말했어.
“로또, 애가 원래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요.”


민망하게 웃으며 너는 다시 리드줄에 묶였고
우린 각자의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어.

그런데
넌 자꾸만 뒤를 돌아봤고, 나를 쳐다보다
짧은 다리로 내게 달려와 안기고
다시 돌아가고—또 달려오고...

사랑스러운 너의 몸짓은

황당하지만 안타깝고 아련하더라...


이렇게 짧은 만남에도

깊은 진심을 전달하고 ,


그 짧은 만남에도
몇 번의 안타까운 이별과 기쁨의 재회를 한거니?

그리고 정말 마지막

너의 꽤 긴 허그와 너의 눈빛,

너의 몸짓의 언어로 나는 이해했단다.

" 내 맘을 받아줄 것 같았어. 고마워. 너는 내 사람이야. 다시 만나야 해 "


내가 너에게 뭐길래,
이렇게 큰 사랑을 주는 걸까?
하, 요 녀석아.
사차원 같은 녀석아 ,
깊고 더 넓은 우주 같은 마음을 가졌었구나.

늦은 오후, 아스팔트가 완전히 식어갈 즈음
우리는 사랑의 별 한가운데 있었다.

깊고 넓은 너의 사랑 , 우주 속에
감정이 휘말렸고,
끝내 웃음이 났지만,
너만큼 단시간 행복과 사랑을 전달해 줄 이가 있을까? 사랑꾼. 너. 인정할께...

이 삭막한 세상 한가운데서,
나도 비로소 사랑을 확인했다.
그 순간, 난 깨달았어.


그래!!!
나는 진짜로 로또에 당첨된 거야.

특별한 날이야.

오늘은 견우의 직녀가 될래. ㅋㅋㅋ.



에필로그

"그 누구도
금목걸이 찬 견우가
프렌치 불도그일 줄은 몰랐겠지."


"견우가 오작교를 건너 내 다리 위로 뛰어올라왔을 때, 나도만의 오작교가 만들어졌다 ”

#반려동물 #강아지 #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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