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단상문

오십, 자신에게 물들다.

by 볕뉘

스무 살과 서른 살의 나는 늘 사람들 속에 있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어디엔가 속해 있으며, 함께 웃고 바쁘게 움직이는 삶이 성공이라 믿었다. 사람의 품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혼자 있는 시간은 실패처럼 느껴졌고, 조용한 저녁은 견뎌야 할 공백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더 많은 약속을 만들었고,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열어 두며 살아왔다.


그러나 오십에 이르러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며, 혼자 있다고 해서 결핍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젊은 날에는 사람의 온기로 나를 증명하려 했다면, 지금의 나는 혼자의 시간 안에서 나를 회복한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말없이 보내도 불안하지 않은 밤이 얼마나 깊은 안정을 주는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는 혼자 있는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자리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에게로 돌아온다. 누군가의 품이 아니라, 나 자신의 품 안에 머무는 법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오십은 비워 내는 나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관계를 내려놓고, 무리한 친절과 과한 책임을 정리한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과는 더 느리게, 더 깊게 연결된다. 사람들 속에서 인정받는 삶이 아니라, 혼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 그제야 나는 안다. 젊은 날의 북적임도, 지금의 고요도 모두 나를 지나온 계절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 고요한 혼자가,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다정한 성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