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아늑한 놀이터에 나무로 만들어진 미끄럼틀이 자연스럽다. 청명한 가을하늘이 위로 위로 깊어지고, 팽창한 허공엔 쨍한 햇살이 가득하다. 바짝 마른 흙바닥에 먼지가 날린다. 아이들은 서로 손 잡고 너른 놀이터 마당을 뛰어다닌다.
강렬하게 내리쪼이는 햇빛이 가닿자 만물이 요동을 친다. 나무의 이파리들 하나하나가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며 다 같이 춤을 추듯 진동한다. 미끄럼틀은 진동에 그치지 않고, 견고하던 목조 구조물이 무너질 듯이 흔들린다. 목구조 본연의 실체감이 약화되며 불안하기조차 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집중적으로 탐구한 것이 무엇인지 짐작도 되고, 또한 인상주의에 회의를 품은 화가들의 이유도 조금 알 것 같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가을햇살 #진동 #실체감의_위축
10월 23일 오전 11시 52분_oil on linen_45.5x37.9cm_2021/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