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딴 따단~ 딴딴 따단~”
신부 입장을 알리는 음악이 흐른다.
아빠의 손을 맞잡는다. 아빠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다.
눈과 눈이 서로를 향해 위로를 건넨다. 깊은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한다.
‘괜찮아, 딸.’
‘아빠, 울지 마. 나 잘 살게.
우리, 웃자. 엄마도 함께 있어.’
서로를 향한 응원의 마음을 담아 있는 힘껏 미소를 지으며 손을 꽉 붙잡는다.
애써 웃어 보지만, 어느새 눈가에 말없는 눈물이 반짝인다.
오늘 결혼식의 목표.
‘울지 않기.’
내가 울면 더 슬퍼질 아빠,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이 자리에 와 있을 엄마를 위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입꼬리를 올린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신부처럼, 밝게 웃어 본다.
“신부 입장!”
빛이 담긴 스포트라이트가 나를 향해 쏟아진다.
예배당을 가득 채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박수는 나의 슬픔을 다독이며, 오늘의 나를 축복해 준다.
아빠의 따스한 손을 꼭 붙든 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축복과 희망이 담긴 시간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슬픔이 차츰 멀어진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삶의 문 앞에 선다.
따뜻하게 감싸주던 아빠의 손이, 이제는 내 곁을 지켜 줄 사람에게
조심스레 내 손을 맡긴다.
“우리 딸, 잘 부탁해.. 사위..”
나의 과거의 사랑과 미래의 사랑이 서로를 품에 안는다.
돌아서가는 아빠의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인다.
힘이 빠진 어깨 위로 슬픔과 외로움이 소복이 내려앉은 듯하다.
그 무게가 오롯이, 나에게까지 전해진다.
엄마의 빈자리가 남은 의자에, 아빠의 곁에 그대로 놓여 있다.
그 자리에 앉은 아빠는 짙은 슬픔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다.
‘아버지... 울지 마요. 슬퍼하지 마요.’
겨우 붙잡고 있던 내 마음도 함께 쿵, 내려앉는다.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슬픔의 소리, 눈물짓는 모습들이 내 안으로 밀려든다.
눈앞이 자꾸만 자꾸만 흐려지려 한다.
슬픔을 물리치기 위해 다시 한번 있는 힘껏 혀를 꽉 깨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빛이 가득한 조명이 눈이 부시다.
마음속으로 되뇐다.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엄마는 지금 이 순간, 빛이 되어 나를 축복해주고 있어.
엄마, 지금 이곳에 있지? 너무 눈부신 빛이 되어서, 내가 볼 수는 없지만,
세상 무엇보다 밝게 나를 위해 와줘서 고마워.’
다시 한번,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를 있는 힘껏 지어 본다.
그날 사진 속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고 환한 웃음을 지닌 신부로 남았다.
어느덧 16년이 흘렀다.
빛처럼 빠르게, 쉼 없이 흘러간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아직도 엄마가 꿈에 나오길 기다리신다.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데, 도무지 나오질 않네...”
아쉬움 섞인 투정 속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엄마가 떠난 뒤, 아버지는 자주 후회의 말을 꺼내신다.
그때 더 잘할 걸, 더 따뜻하게 말할 걸 하며 한 움큼씩 자책을 쥐어 삼키신다.
사람은 늘, 누군가 떠나고 나서야 그 빈자리의 크기와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 깨달음은, 늘 조금 늦게 찾아온다.
엄마는 이제 곁에 없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우리의 시간 안에 함께 계신다.
그 아버지를 두고, 나는 지금 어떤 시간을 만들고 있을까.
혹시 외로움이라는 자리에 아버지를 너무 오래 머물게 한 건 아닐까.
철없는 나는,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시간은 영원이 아니라는 걸,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있을 때 더 잘할걸.’
‘있을 때 더 많이 표현할걸.’
후회하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자. 더 자주 안아 드리자.
더 자주 손을 잡아 드리자.
떠남의 자리를 사랑의 시간으로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잊지 말자. 후회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당신의 쓸쓸한 저녁을
사랑의 온기로 덮어주기 위해 빛을 향해 다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