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by 세우는

“우리 손 잡을까요

지난날은 다 잊어버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 나는 너를 보고 싶어요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시간 함께 하고 싶어…”

— 「민들레」, 우효



어김없이 돌아오는 그날, ‘8월 17일 엄마의 기일’이다.

하루 종일 ‘우효 님의 민들레’를 귀가 쟁쟁하도록 들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살고 싶어서 글을 썼다. 우울의 늪으로 끌어내리는 고리를 끊고 싶어서였다.

잘 지내다가도 ‘결핍’의 버튼이 눌릴 때면 슬픔에 잠식되곤 했다.

비통한 마음을 혼자 어떻게든 감내하고 싶었지만, 한계에 다 다랐다.

결국 꽁꽁 닫아 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기로 했다.

다시 지난날의 과거로 내 삶의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다.

상처를 다시 꺼내어 더 큰 상처로 번질까 두려웠지만, 더 이상 방치하면 영혼이 곪아버릴 것만 같았다.

어둠 가득했던 시간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삶의 기록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 안에는 용서할 수 없는 빌런도 있었고, 사랑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빌런은 이제 더 이상 내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단절하면 그만인 존재였다. 나를 가장 깊이 아프게 한 건,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글을 쓰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 영혼을 가장 옥죄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부재와 결핍’이었다.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었다. 어떤 자격이나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저 존재 자체로 소중히 여겨지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엄마… 당신에게서.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는데.”

“실수로 생긴 아이.”

“왜 태어난 거야! 도대체 왜!.”

가슴을 꿰뚫고 지나간 말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끝내 채워지지 않는 빈 마음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목마르듯 엄마의 사랑을 끝없이 갈망했다.

사랑받을 수 없는 무가치한 존재라 여긴 채 십 대를 보냈다.

그러다 신의 존재를 믿고서야 비로소 내가 가치로운 존귀한 존재임을 알았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일까?.

눈앞의 사람에게 인정받고만 싶었다.

사랑받고 싶어서, 나를 증명하고 싶어서, 인정받기 위해 타자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그런 열심에도 내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시선과 평가를 마주할 때면 어김없는 슬픔에 잠식되어야 했다. 번번이 그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내 나이 마흔 중반..

여전히 해방감 없이 사는 나 자신이 점점 미워졌다. 타자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스스로를 경멸하기도 했다. 결국 그 결핍의 뿌리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과거로 향해야만 했다.

예상대로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면 깊숙한 곳 안에 있는 상처를 도려내는 통증에 나 홀로 비명에 울부짖는 글이 토설하듯 끊임없이 꺼내어졌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글을 쓴 지 1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조금씩 내 안의 상처와 아픔들이 싸매짐을 경험하게 되었다. 회복의 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깊은 우울에서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비로소 나를 넘어 나를 아프게 했던 상대를 들여다볼 힘이 생겼다. 그리고 엄마.. 당신을 만날 용기.. 당신의 입장이 되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연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사색하며 그렇게 글을 쓰며 당신의 시선에 골몰했다.



“작별 인사도 없이 먼저 떠난 엄마, 오랫동안 당신을 미워했습니다.

해야 할 말이 아직 많은데, 왜 그렇게 가 버렸나요?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왜 끝내 남기지 않았나요?

사랑한다고 듣고 싶었어요.

당신의 따뜻한 품에 안기고 싶었어요.

화해하고 싶었어요.

내게도 기회를 주지 그랬어요.

당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어 볼 기회를..

내 마음을 진심으로 내비칠 시간을..

엄마.. 당신이 떠난 지 어느덧 16년이 지났어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내가 사과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용서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도 당신께 용서를 구해야 했어요.

엄마 당신의 시간을.. 미처 보지 못했어요.

숱한 슬픔과 아픔으로 요동쳤던 그 몸부림을..

어쩌면 외면했을지도 몰라요..

철저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나만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의 아픔을 공감하며 내가 안아줬어도 됐을 것을.. 그러지 않았어요..

그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면.. 이기적인 나를 용서해 주세요.

내가 받은 상처를 앞세우며 당신의 사랑을 가벼이 치부해 버린 못난 딸이었어요.

나를 위해 헌신한 당신의 희생, 눈물, 고통을 외면했어요.

미안해요. 엄마.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

이번에는 내가 먼저 달려가 안아 드릴게요.

사랑한다 말해 드릴게요.

감사하다 진심 다해 표현할래요.

내 엄마였음을 자랑스레 여기며 살아갈게요.”



애증 가득했던 미움의 끈을 비로소 놓는다.

사랑의 시간을 붙든다.

엄마와의 시간을 통해 배운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리라.

사랑에 아픔이 수반될지라도 용기를 내어 사랑을 선택하리라.

기꺼함으로 그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에 동참하기 위해 고통이 동반될지라도

사랑하기 위해 상처를 감당해 내리라.



“… 꽃을 꺾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견뎌낸다.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

-조루주 상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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