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이름

인생의 마침표

by 세우는

숨결과 온기가 멈췄다.

호흡이 끊기며, 삶에도 조용히 마침표가 찍혔다. 떠나간 모든 이를 이름 지우듯, 그대는 이제 옛사람 ‘고인’이 되었다. 애타게 불러도 돌아오지 않고, 절절히 불러도 대답 없는 이. 추억 속 과거의 사람이 되어 버렸다. 수없이 굴곡진 인생을 마치고 싶었을 그대는, 비로소 쉼표를 멈추고 마침표를 찍었다.


바람이 분다.

손가락 사이로 한 줌 재가 된 그대가 바람 따라 흩어진다. 가슴을 애는 고통이 심장을 두드린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린다. 수만 가지 이유로 이고진 삶의 무게를 벗지 못했던 그대, 이제 비로소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자유를 찾아 훨훨 나는 듯하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지만, 진정한 해방의 길을 따라나선 그대. 해방을 따른 여정이라면 내 마음의 멍도 오롯이 감내하리라.

- 2010년 8월 17일, 엄마를 떠나보낸 여름밤의 기록-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한 송이 국화꽃을 들고 고인(故人) 앞에 섰다. 장례식장에 설 때마다, 내 마음 한 가지가 자리한다. '온 마음 다해 고인을 추모하는 것'.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다 알 수 없지만 중요하지 않은 삶은 없다. 이 녹록지 않은 세상, 수많은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추모 받을 자격이 있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자신의 삶과 누군가의 삶을 함께 책임지며 살아온 것만으로도, 그 인생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인간은 완벽하고 완전 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 삶 속의 모든 이야기가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실수와 실패, 자책과 우울로 가득한 슬픔의 푸른 멍의 흔적이 남기도 하고, 분노와 억울함이 거칠게 새겨진 기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을 견뎌낸 것만으로, 그들의 삶은 충분히 숭고하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속에서, 기쁨과 즐거움보다 분노와 슬픔이 더 많았던 이들은 얼마나 외롭고 고단한 시간을 홀로 견뎌냈을까. 보이지 않는 눈물과 아픔 속에서 얼마나 큰 통증으로 고달팠을지, 그들의 시간이 저릿한 슬픔으로 전해진다. 그러하기에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있는 힘껏 그들의 삶을 추모한다.




남은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괜찮다 해도, 괜찮지 않음을 안다. 혈연이든 깊은 유대감이든, 설령 법적 관계로만 맺어졌을지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은 쉽게 끊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다 전할 수 없으나, 두 손을 꼭 잡고 마음을 건넨다. 후회와 자책이 오래 머물지 않기를, 감사와 소망의 마음으로 그 무거운 마음들을 속히 밀어내기를.

그것을 고인도 기뻐할 것이라 믿는다.




모든 생명에는 마침표가 있다.

인생의 마침의 시간, 후회와 자책에 묶이지 않게 지금 이 순간 서로를 사랑으로 감싸고, 생명력의 열기를 온전히 쏟아내리라. 삶의 쉼표마다 사랑과 온기로 가득 채우며 남겨진 시간들을 안온하게 만들어 가리라. 죽음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붙들고 있던 걱정과 슬픔, 분노는 한 발 물러나고 오직 사랑만이 마음을 채운다. 그 사랑으로 서로를 품고, 후회 없는 하루를 쌓으며 생명과 마음의 온도를 다해 살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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