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피어나고, 조용히 빛나며, 조용히 사라지는 존재의 아름다움
산책길. 곳곳에 피어 있는 이름 없는 들꽃들의 존재가 새삼 아름답다 여겨졌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들꽃에 가만히 시선을 두었다. 특별한 향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목할 만큼 크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산책길 양옆, 지천에 깔린 다듬어지지 않은 초록들 사이에 끼어 있는 존재 같기도 했다.
왜 나는 들꽃의 존재가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졌을까?
자세히, 천천히 들여다보면 아름답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찬찬히 들꽃들을 바라보았다.
가느다랗고 힘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품위를 꽃꽂이 지켜내며, 살랑이는 바람에 리듬을 타는 듯했다. 화려한 꽃이나 진한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도 없는 듯, 뽐내려는 마음도, 비교하려는 욕구도 없이, 그저 피어남 자체에 만족하는 듯 보였다. 자신만의 시간을 고요히 즐길 줄 아는 자연스러운 자태가 아름답다 느껴졌다.
내리쬐는 볕에도, 예고 없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디며 피어난 존재.
피어남의 시간 길이에 연연하지 않는 듯, 주목받는 시선에 애달파하지 않으며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듯한 들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욕심도 없는 순수한 너를 닮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향내 나지 않아도
너답게 사는 삶을 따르고 싶다.
금세 피었다 지고 말지라도,
오늘 하루를 꼿꼿하고 당당하게
너만의 기품으로 지켜내는 품위를 배우고 싶다.
바람에 꺾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바람 따라 왈츠를 추는 너의 유연함과 지혜를 품고 싶다.
갑작스레 내리는 빗줄기도 견뎌내며 깊게 뿌리내리고, 마침내 피어오른 너의 강인함을 내 안에도 가득 담고 싶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해도, 너답게 살듯
내 인생도 나답게 살고, 또 나답게 지고 싶다.
네가 그러했듯, 나도 누군가 이름 모를 이에게
한줄기 위안과 소망을 선물할 수 있기를.
고맙다 들꽃아.
아름답다 들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