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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결혼, 한 번의 이혼

10. 나를 위한 작은 선물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by Jihyun

그날,

나는 오래 망설였다.


아이 옷만 수없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버튼을 눌러왔던 시간들.


그 속에서 문득,

“나도 예쁜 새 옷을 입고 싶다”

그 마음이 올라왔다.


결혼 후

나는 한 번도 남편의 돈으로

내 옷을 사 본 적이 없었다.

휴대폰 요금도, 보험료도, 생리대 한 통도.

결혼 전 내 통장에 남아있던 돈과

주말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간신히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그날은 나를 위한 옷을 샀다.

말 그대로 ‘내가 번 돈으로 산,

내가 입고 싶은 옷 한 벌이었다.


택배가 도착한 날,

조심스레 방에서 박스를 열어봤다.

설레는 마음은 잠깐,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다시 닫아뒀다.


그렇게 남편과 마트에 다녀오던 길,

시어머니가 갑자기

집으로 가신다고 그리고 우리 연도 끊고 살자고.

화가 단단히 난 얼굴로

다신 오지 않겠다고.


무슨 일이냐고,

왜 그러시냐고 물었지만

명확한 대답은 없었다.


난 방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접어두었던 택배박스가 다르게 접혀있었다.

그날 내가 택배로 받은 옷을 보고

당신 아들 돈으로 옷을 샀다고

생각하신 듯했다.


방 밖에선 남편이 어머님과 다투고 있었고

어머님은 아들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내가 썼다면서 뭐라고 하시고 계셨다.

어머님도 아이를 낳은 후 바로

내가 쉬지 않고 일한다는 걸 아시고 계시면서

며느리이기전에 같은 여자로서 이해는 없었다.


안방에 몰래 들어와 택배 박스를 뒤졌다는 것에

나는

그 순간 너무 당황했고

황망했고

그리고 서러웠다.


그동안 참았던 내가 문을 열고 어머님께 말을 했다.

내 속에서 드디어 폭발을 한것이다.

“어머님 아들 돈으로 안 샀어요

내가… 내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번돈으로 샀어요

명품도 아니고

매번 어머님이 사달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건강식품은 괜찮고 내가 10만원도 안되는 옷을 산 게

연을 끊을 만큼 잘못한 건가요?”


이렇게 말하곤 방으로 들어왔다.

눈물이 났다.

옷을 보며

‘이게 뭐라고 내가 이런 말까지 하고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


그건 단지,

내가 나를 위해

오랜만에 사본 작은 선물일 뿐이었다.


나는 그날,

이 집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있는지를 마주해야 했다.


며느리도,

아내도 아닌

그저 아들을 빼앗은 여자,

이 집에서 노예처럼 시중들고 눈치나 보며

밥이나 축내는 사람 내 아들의 돈을 훔치는 도둑

언제든 트집 잡을 수 있는 타인.


내가 아무리 애써도

그 애씀은 보이지 않았고

내 마음은 늘 의심받았다.


그날 이후

나는 시어머니에게 다가가지 않기로 했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그럼에도 설명조차 허락되지 않는 관계에

더는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관계를 억지로 이어간다 해도

나만 힘들 뿐이다.

그 사람 말에 눈빛에 나에 대한 미움이 보이기에

나 역시 다가가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그게 내가 내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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