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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결혼,한 번의 이혼

13.나에게 부담감은 무서운 일이다.

by Jihyun

참아왔던 말들


가게는 잘되었다.

대단히 풍족하진 않았지만,

작은 여유가 있는 삶이었다.

나는 매일같이 바쁘게 움직였고,

하루하루 아이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날들이었다.


남편도 장사가 잘 풀리니

결혼 전처럼 상냥하고 여유로워졌다.

예전처럼 웃는 얼굴로 다정히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 모습에 안도하기도 했다.

‘이제 좀 괜찮아지나 보다’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번엔 시어머니가 아니라

내 친정엄마였다.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남들과 비교를 하며

나에게 부담감을 주셨다.


“다른 집은 얼마나 해준다더라.”

“넌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불쌍하지 않아?“

“누구네 딸은 얼마씩 준데”


그 말이 마음을 찔렀다.

분명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늘 부족한 자식처럼 느껴지게 하는 걸까.


주말이면

왜 안 오냐고

어디라도 데려가라며

연락이 쏟아졌다.


내 가족과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싶었던 내 마음은

늘 뒷전이었다.

나는 엄마의 외로움을 이해하면서도,

그 기대가 점점 무겁고 벅찼다.

이 문제로 쉬고 싶은 남편의 눈치도 봐야하고

엄마의 눈치도 봐야하고

엄마에게 있으나 마나 한 아빠의 그자리를 오빠가

아닌 내가 채워야한다는 부담감.

내 삶을 조율할 수 없는 죄책감.

그 속에서 나는

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결국 남편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참아왔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당신은 엄마가 아프다 하면 다 이해하라고 하지만,

난 내가 아파도 괜찮냐는 말 한번 못 들었어.”


“내 엄마도 나름대로 힘든 분이지만,

나는 딸로서도, 아내로서도 너무 지쳐.”


“출산 이후로 단 한 번도 쉬지 못했어.

몸도 마음도 다 무너졌는데

아무도 몰라주잖아.”


“그저 누군가가 ‘고생했다’,

‘수고했어’

그 말 한마디 해줬으면 됐는데…”


남편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그동안 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그 말은

짧지만, 깊은 위로였다.

‘너의 감정은 틀리지 않았다’는 말처럼

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나는 결혼 후,

한 번도 내 돈 말고

남편의 돈으로 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옷 하나, 생필품 하나조차

내가 벌거나,

내가 아껴 산 것이었다.


그렇게 2년을 버티고,

또 2년을 견디고,

참고 살았다.


그리고 그날,

그 말 한마디에

비로소 나는

조금 이해받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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