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기에 더 아픈 거리감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서로를 선택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서로의 일상이 되고, 일상의 중심엔 두사람이 있다.
처음엔 모든 게 새롭고 설렌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건,
서로의 익숙한 삶의 방식이
서로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게 자연스러웠던 말투,
익숙했던 생활 습관,
당연하다고 여겼던 가치관이
상대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결혼 후에야 깨닫는다.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과 역할,
그리고 감정의 조율이라는 복잡한 숙제를 안겨준다.
부모와 살아온 시간보다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할 시간이 더 길지만
서로의 말 한마디에 감정은 쉽게 격해지고
작은 오해는 깊은 다툼으로 쉽게 번지곤 한다.
연애때 사랑했던 추억들을
하나씩 지우면서 지금 상한 마음만 쌓아둔다.
몸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마음은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한 그 거리감.
그게 때로는 더 아프다.
가까운 사람이라서 더 실망하게 되고, 더 많이 기대하게 되고, 그래서 더 상처받게 된다.
가족이 된다는 건, 함께 만드는 울타리 이지만
그 울타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꾸지 않는 다면 뒤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는 태도가
오히려 더 깊은 오해를 만들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사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대화, 노력, 그리고 존중.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멀리 있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