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이름 아래 사라진 나
결혼을 하면, 단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결혼을 통해 서로의 가족과도 연결된다.
살면서 마주칠 일 없었을 사람들.
그저 스쳐 지나갔을 누군가가, 어느 날부터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 안에 깊숙이 들어온다.
명절, 제사, 집안 행사…결혼전에는 아무 의미 없던 일들이 결혼 후에는 당연한 의무가 된다.
‘며느리니까, 사위니까’
‘처가니까, 시댁이니까’
역할이 나뉘고, 자신에게 부담이 되는 기대가 생긴다.
상대방이 내 부모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상대방 부모가 내게 어떤 말을 했는지,
하나하나가 수없이 내 감정의 파도를 흔든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이제 ‘우리’의 일이 되었기에 그문제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 안에는 가족 문화가 있고, 역할 기대가 있고,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전통과 관습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라는 존재를 밀어낸다.
특히 아이가 생기고 나면
나는 더 이상 이름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의 아내,남편,누군가의 며느리,사위
그리고 결국은 누군가의 엄마.아빠로 불리우게 된다.
그렇게 나는, 점점 사라진다.
내가 무얼 좋아했는지,무엇을 꿈꿨는지,
언제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나를 잃어버려도
아무도 그걸 문제 삼지 않는다.
모두가 말한다.
“다 그렇게 사는 거야.”
“가정이 먼저지, 네가 먼저야?”
하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우리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유로,
결혼했기에 나는 정말 사라져도 괜찮은 걸까?
나는 이제 묻고 싶다.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과연 ‘나’는 존재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