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지옥 그 후] 베르테르 이팩트? 한승진 이팩트!

  베르테르 이팩트: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유명한 사람의 죽음, 특히 자살에 관한 소식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사회 현상을 이른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독일에 출판된 후 이 책을 읽은 다수의 청년 독자들이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 자살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23년 초, 비슷한 시기에 자살을 했고 나 또한 당시에 경매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 술을 마시고 옥상 난간에 올라선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쓸모없는 단어는 개 아니 사기꾼들에게나 줘버리자.          

 책을 발표하자 지인 셋에게서 본인 혹인 가까운 사람이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중 한승진 군은 나보다 2살 어린 93년 생으로 7년 전 중국 연태 유학당시 알게 된 친구였다.

 말을 참 재밌게 해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부러웠음에도 전혀 부러워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적어도 나는 그에게 부러워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다. 서글펐던 사건 하나는 승진이가 여학생 둘과 쇼핑몰에 놀러 가기로 해서 나도 간다고 하니 여학생들이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고 하여 나와 승진이 단 쇼핑 둘이 몰에 놀러 간 기억이 있다.

 한 번은 어느 여학생으로부터 신체 접촉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시를 받았다. 나였으면 당연히 넘어갔었을 거라고 침을 삼키며 므흣한 상상을 하였지만, 우리의 한승진 군은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지조를 지켰다. 그의 단점이라고는 밤 10시만 되면 어디서든 꾸벅꾸벅 졸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뿐이었다.

 한승진 군은 여자친구와 미래를 약속하였다. 여자친구는 2억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했는데 그 집이 전세사기를 당했다. 다행히 HUG 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보증금 반환 신청을 하였지만, 집주인이 전세 기간 중 바뀌어 전세 계약서상의 날짜와 HUG 보증보험 가입 날짜가 상이하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만약 나의 여자친구가 그런 상황에 빠지면 나는 한승진처럼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한승진군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여자친구에게 손을 내밀며, 우선 혼인신고를 하자고 하였다. 그 후 5년 동안 회사 끝난 밤과 주말에 배달을 하여 빚을 다 갚고 그때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단다.

승진이는 긴 가시밭길에 들어설 각오를 하고 바로 그 뾰족한 가시밭길에 맨발로 발을 디디려 할 때, 6월 전세피해자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HUG의 심사 또한 유연해져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얼마 전, 여자친구 통장에 보험금이 입금되었고 그날 둘은 하루종일 부둥켜 앉고 울었다고 한다.      

 한승진 이팩트: 전세사기에 꺾이지 않고 자신의 소명을 이어나가는 30세 젊은 청춘의 의지.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그처럼 전세사기에 마음이 꺾이지 않고 전세사기와 상관없이 발생했을 자신의 삶을 그리고 소명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