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트
“블랙홀” 중고차 사장님 대리기사
콜을 잡고 출발지에 도착하니, 식자재를 운반하는 1.5톤 트럭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출발하는 찰라,
“기사님, 있잖아요. 기사님이 우리에게 전화할 때 우리 번호가 뜨나요? 아님, 다른 번호가 뜨나요?
“고객님, 왜 그러세요? 기사는 고객에게 전화할 때 고객 전화번호를 몰라요, 그냥 대리앱 측에서 번호를 조작해서 우리는 고객님 전화번호를 알 수 없죠.”
“그런데 무슨 일이길래 물어보시나요?”
예전 같이 근무했던 아주 잘나갔던 형님 인데, 대뜸 자기한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잡힌 대리기사 사진을 보니 그 형님인가 싶었는데 바로 전화가 왔다는 것. 그래서 전화를 받자마자 “형님, 혹시 대리 부업하세요?” 라고 물었더니 얼버무리며 “아니다.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다.” 라고 끊어버렸다는 것.
집으로 가는 내내 “아~~아~~” 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 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주 오래전부터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대구 지역 중고차 판매점의 터주대감 사장님이셨단다. 워낙 잘 나가서 차마 그 형님이 대리기사 부업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같이 중고차 시장에서 근무하며 그 형님만큼 실적을 올리는 사람을 못 봤다는 것. 일명 “블랙홀”이라고 불렸단다. 고객이 오기만 하면 귀신같이 차를 살 사람, 차만 보고 갈 사람을 정확히 구분해서 차를 살 사람의 혼을 확 빨아들여 바로 계약을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 “블랙홀”
콜을 부른 고객님도 원래는 중고차 시장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 같은 사람은 절대 중고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일치감치 접고 현재는 마트업을 하고 있다는 했다. ‘본인 같은 사람은 중고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본인 같은 사람은 과연 어떠 하길래 중고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 것일까? 이 질문을 당연히 놓칠 내가 아니 였다.
지금의 중고차 시장은 아주 투명해서 인터넷에 여러 업체들 가격 비교도 할 수 있고, 검증 시스템도 갖춰져 있었지만 과거는 그렇게 투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동차 구매자가 오면 사람을 잘 파악 해야한다. 가격을 후려치더라도 사 갈 사람, 적정 이상의 금액을 부르면 그냥 집에 갈 사람을 구분해서 일명 “호구”가 오면 어떻게든 일주일 정도의 수익을 뽑아야 사무실과 기타 경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불러 계약을 성사시켜야만 중고차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았던 시절, 본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게 힘들어 결국 영업실적은 떨어지고 결국 그 시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쉬다가 작은 마트를 매수해서 키우고 지금은 대구 인근 공단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은 외국 근로자들이 너무 이뻐 죽겠다는 것이다. 공단 지역 내 있는 마트라서 주요 고객층이 외국인 노동자들인데 이들은 첫째 컴플레인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국말이 서투르니 뭔가 불만이 있었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물건 회전율을 엄청 높여 준다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채소나 식품의 경우 이들은 그냥 대량으로 구매한다는 것.
한국인들의 경우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고 배달음식이나 밀키트를 통해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으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변에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기가 어려워 대부분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에 대량 구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년 전,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공단에 마트 입점을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게 신의 한수가 될줄 몰랐다며 나름 꽤 많은 돈을 모았다고 자랑을 하시는데, 살짝 궁금한것이 그렇게 돈을 많이 모았으면 본인이 직접 트럭을 몰고 물건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는가? 아래 직원을 두면 그만인데 왜 본인이 직접 트럭을 몰고 다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얼마 전에 직원 하나를 짤랐어. 대구시내 마트에 있다가 촌 동네 마트를 무시하면서 일하길래 아니다 싶어 짤랐고, 그래서 내가 직접해” 통상적으로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두는데 뭔가 채용된 직원이 마음이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구시내 대형마트에서 일한 사람인데, 시골 동네 마트라고 대충대충 일을 하길래 집으로 보내고 환갑이 넘은 사장님이 직접 운전하며 물건을 받으러 다니고 있었다.
같은 마트인데 “시골 동네 마트를 무시하면서 일하는 것 같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참 궁금했다. 더 묻고 싶었지만, 도착지에 어느새 도착했다.
촌 동네 마트, 촌 동네 마트...그래서 사장님 그 촌 동네 마트가 어디에요?
라고 물었더니 그 마트는 인구 2만명 정도 되는 읍에 위치한 마트였다.
나도 자주 가본 동네인데, 그 동네 큰 마트가 딱 1개 밖에 없는데...
웬지 사장님의 뒷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동네 아저씨에서 사장님 ceo의 아우라가 느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