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장님
대리기사 앱 설정을 잘못 해놨더니 내가 있는 위치에서 2.2km나 떨어진 곳에 있는 고객의 콜이 잡혔다. 취소를 할까 고민하다가 고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하니 귀찮다고 빨리 오라고 한다. 가방 끈을 쫘~~악 쪼고 뛰기 시작했다. 겨울이지만 땀이 주르륵 흘렀다. 이렇게 뚜벅이 대리기사는 간혹 뛸 때도 있고,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질 수도 있다. 보통 대리기사 6개월 하면 3km는 무조건 빠진다는 말을 한다. 물론 무릎 건강은 보장할 수 없다.
1.5톤 포터트럭이었다. 여러 번 트럭을 몰아봤지만 트럭은 참 난감하다. 우선, 주차가 어렵다. 특히나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가면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주차를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두 번째, 공간 자체가 좁다. 항상 좁은 상태에서 악셀과 브레이크를 밟다 보면 발바닥에서 쥐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요즘 트럭도 자 오토 기어다. 스틱이었으면 당장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돌아서야 했을 것이다.
우리 고객님은 파크골프 우드 클럽을 만드는 사장님이셨다. 요즘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그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지만, 생각보다 경쟁이 만만치 않다고 하셨다. 하지만 파크골프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언젠가는 크게 대박을 칠 거라고 자신하셨다.
대구 인근 지역의 파크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치고 싶다고 칠 수 없다. 최소 인원 20명의 동호회를 만들어야 하고, 동호회가 협회에 가입해야 예약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동호회 수가 1,000개가 넘는다. 어림잡아 파크골프 동호회 인원만 대구에서 2만 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우드 클럽은 통상 2년이 되면 수명이 다해 바꾸어줘야 하는데, 점차 인원이 증가하기 때문에 우드 클럽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다. 또한, 지금 파크골프 스크린장이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이 또한 요즘 자리가 없어서 경기를 못할 정도로 파크골프 스크린장을 원하는 동호회가 많다. 그런데 주변에 파크골프 스크린장이 많이 없어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여, 동호회 모임 이후 회식할 곳도 스크린장 가까이에 있어야 하는데, 1층은 대형
음식점, 2층은 대형 파크골프 스크린장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듣고 보니 솔깃했다. 주변에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파크골프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또한, 요즘 TV에서도 파크골프 중계가 늘어난 것을 보면 점차 우리나라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아 가는 것이 몸소 느껴졌다.
맞장구를 쳐주니, 어느 순간 우리 고객께서는 나보고 동생으로 불렀다. 술이 어느 정도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얘기를 관심 있게 들어주다 보면 당연히 친근감을 느낄 수 있지 않는가.
“동생, 언제 제일 희열을 느끼는 줄 알아? 클럽 원가는 20만 원이야. 처음에는 50만 원에 팔다가 광고를 때리고 브랜드 가치를 조금 높이니까, 똑같은 물건인데 80만 원에 팔더라도 사람들이 ‘우와~~ 싸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광고비를 아끼지 않아. 브랜드를 높여야 하니까.”
올해는 광고비를 2억 정도 책정했다고 한다. TV 광고까지는 아니지만 전국 라디오 광고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전국에 우드 클럽을 만드는 곳은 총 50군데 정도, 어차피 성능은 비슷하고 원가는 비슷하다. 얼마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몇 년 전에 50만 원 하면 사람들이 비싸다고 사지 않았는데, 이제는 80만 원 줘도 너무 싸다며 사는 것을 보니 여기에 너무나 큰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다.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동생, 저기 아무 곳이나 주차해. 어차피 나 새벽에 나갈 거야.”
얘기도 재미있었지만, 성격도 아주 쿨한 분이셨다. 마지막 인사를 하니 명함 한 장을 건넨다.
혹시 파크골프 사업하고 싶으면 전화하라고 하신다. 이것도 인연인데, 혹시 이 인연이 동반자가 될지 모른다면서...
사람의 인연을 중시하는 분이셨다. 그래서 주변 동생 형들도 많고,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3회 정도는 저녁 술자리가 있다는 고객님. 난 이런 분이 너무 인간미가 있어 너무 좋다. 사소한 인연이지만, 이 인연이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얼마 전, 애인과 헤어짐을 겪은 후배가 생각난다. 사랑한다고 평생 함께할 거라고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이별을 고했다고 한다. 우리 인연 이것밖에 안 되냐고 소리치며 막말을 쏟아내고 관계를 정리했다고 한다. 후배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사소한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마음 주지 마라. 그런 사람은 다음에 만나는 사람도 본인과 똑같이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기에 금방 실증 내고 이별을 고할 테니까.”